21
"고민이 뭔데?"
그녀는 지난밤 몇 번이나 메일을 보냈었다. 사는 게 괴롭다, 떠나간 전 남자 친구를 용서할 수 없다, 입맛이 없다, 더위에 짜증이 난다... 등등. 바다에서 채취된 해조류처럼 엉키고 뒤틀려 말라빠진 고민들이 정리되지 않고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가 걱정되어 잠을 설치고 아침부터 그녀를 만나기 위해 카페로 뛰어 나갔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나타난 그녀는 어제 흠뻑 마신 술 때문인지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아무렇게나 묶어 올린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모르겠어. 뭐가 고민인건지도.. 내내 뭔가를 고민을 했는데도 그놈의 고민이 끝나지를 않네."
우리는 마주 앉아 한동안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잠수 이별한 전 남자 친구를 떠나보냈던 작년 가을에도 그녀는 쿨한 척 몇 달을 보냈었다. 갑자기 나에게 만나자고 했을 때,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취하도록 마시며 흐느낄때는 눈치를 챘어야 했다. 겉으로는 쿨한 척했던 그녀의 마음이 결코 아무렇지 않지 않았음을.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는지...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너무 괴로워."
커피를 다 마시고 그녀가 말했다. 과거에 서투르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과 서투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현재에도 아직 서투른 자신의 모습. 서투르게 했던 사랑은 아쉬움을 남기고 어리숙한 이별은 분노를 남겨 두었다.
난 그녀의 하얗고 차가운 손을 가만히 잡아주며 말했다.
"너보다 덜 서투른 사람, 물론 더 서투른 사람도 있겠지만 딱 그만큼의 서투름을 가진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너야. 서투름이 모자람이 아닌 것처럼, 그건 그냥 네 성격이고 네 삶의 방식인 거야. 그렇게 살아가도 돼."
내 손등에 그녀의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다독여 주는 내 손길도, 눈물 닦아내는 그녀의 몸짓도 서툴다. 서툴기 때문에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다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거다. 미련을 아주 버리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가지도 못한 채 고민하고 걱정하고, 이렇게 버둥대다 보면 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온다. 그렇지만 어제보다 오늘은 덜 서툴고 내일은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작은 걸음이지만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직은 서툴지만 조금씩은 덜 서툴러지는 연습을 하는 순간들 또한 인생의 일부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