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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일찍 깨어나서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오늘은 분리수거하는 날. 어제 청소하면서 담아놓은 쓰레기도 한 짐인데, 오늘 아침부터 담기는 쓰레기도 꽤 많다. 서랍을 정리하고 책상 밑을 다시 치우며 쓰레기를 담는다. 우리가 흔히 '쓰레기'라고 이름을 붙여놓은 것들 중에는 나름 쓸모가 있었고, 어디에든 사용되었을 것들도 꽤 많다. 예를 들자면, 어느 날 서랍 속에 담아 두었던 지난 사랑의 흔적들이나 밤새워 쓰고 지우던 고백 편지 같은 것들. 언젠가는 필요하지 않을까 모아두었던 오래된 영수증들.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하나씩 사다모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 법한 귀걸이들. 어제저녁에 도착한 택배 상자와 포장지들. 하지만, 지금 내가 '쓰레기'로 분류한 이상, 이것들은 전부 쓰레기에 속해지는 물건들이다.
꽤 오랫동안 서랍 속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그 물건들의 의미는 뭐였을까... 아직 온기 남아있는 사랑의 단편들일까, 아니면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 뜨끔거리는 아픈 흑역사들의 기록일까. 내내 버리지 못했던 것들을 오늘은 기어이 버리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저 미련이었을 뿐이야.'
그 물건들을 '쓰레기'로 분류한 것에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여본다. 어쩌면 그저 짝사랑이었을 뿐일지도 모를, 어쩌면 그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을지도 모를, 나는 그저 어항 속을 헤엄쳐 다니며 사랑받고 있다고 착각하던 금붕어였을지도 모를, 그렇지만 그를 사랑했을 때 행복했으므로 구피도 아니고 금붕어였던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면 그 뿐.
추억도 사랑도 누군가가 분리수거를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