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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더위가 한 겹 벗겨진 일요일 오전이었다. 여전히 한 손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다른 한 손에는 간편하게 먹을 아점이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들고 집 근처 공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고무공이 통통 튀어나가는 듯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 찬 공원 그늘에는 벤치에 앉아 계신 노부부가 아이들 노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
나도 그늘에 앉아 커피를 식히는 동안 한 아이를 발견했다.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적당한 키에 귀염성 있는 얼굴을 한 소년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의 시선도 그 아이를 향해있었다. 나도 다시 그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하니 갑자기 아이의 손에 들린 어떤 작은 물체가 빛이 났다. 요요다. 아이의 손에서 반짝이며 튀어나온 요요가 모양도 만들고 춤도 추더니 곧 소년의 손에 지배당하고 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공원은 소년의 공연장으로 변했다. 소년이 어려운 기술을 성공하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예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었던 듯, 소년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하다.
나도 어릴 때 요요를 갖고 놀아본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잘 다루지 못했으므로 곧 흥미를 잃었던 듯하다. 요요란 녀석은 참 재미있는 물건이다. 생김새는 아주 간단한데 실력자의 손에 들어가면 움직임이 무척이나 현란해진다. 나같이 실력 없는 사람의 말은 결코 듣지 않는 장난감이다. 허공에 던지는 것부터 줄을 조종하는 타이밍, 잡아당기는 힘까지도 아주 정교한 기술이 합쳐져야만 움직이는 녀석이다. 그러니까 공원에서 마주쳤던 그 소년이 바로 '요요 실력자'인 셈이었다.
"어떻게 하면 요요를 그렇게 잘 하니?"
누군가의 질문에 그 아이는 스웩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요요라는 건 다시 돌아오는 거거든요. 힘 있게 돌아오게 하려면 세게 던지면 돼요. 아주 간단해요."
요요 실력에도 놀랐지만 어린 아이치고는 대단히 진지한 대답에 더 놀랐다. 그러고 보면 요요처럼 던져야만 돌아오는 것들이 우리 세상에는 흔치 않게 있다. 대표적으로 부메랑이 그렇고, 멀리 뛰기 전에 뒤로 물러서는 개구리도 그렇다. 손안에 뭔가를 움켜쥐기 위해서는 들고 있던 것을 놓아두고 잠시 손을 비워야 하는 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살아오는 동안, 내던졌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봐 차마 던지지 못하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것들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다거나 지나간 사랑,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어쩌면 나도 요요처럼 작은 손안에서 벗어난 것들이 그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하지만, 반드시 돌아온다는 확신을 갖고, 나도 소년처럼 더욱 힘차게 요요를 던져본다. 아주 간단하다는 듯한 소년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