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풍경 소리

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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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인


이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이야기가 깃들여 있다. 막 태어난 작은 풀꽃 싹 하나에도, 은행나무에 마지막으로 달려 있다 막 떨어져 내린 이파리 하나에도 이야기는 존재한다. 하나하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가득 찬 세상에서 일일이 이야기들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곳,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하는 곳, 바로 서점이다.

그냥 이야기를 머금고 있는 사물과는 달리 작가의 손을 통해 세상에 태어난 ‘책‘이란 물건은 ’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라는 데 그 매력이 있다. 책 한 권 한 권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넘친다. 작게 휘파람 불어오듯 서점에는 이야기 소리가 가득하다. 서점에 들어설 때마다 나무로 가득한 숲 속에 들어서는 느낌이 든다. 고요하고 익숙한 책 향기에는 오래된 자석처럼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숲을 거닐듯 서점을 걷는다. 나무 사이 휘파람처럼 바람이 불어오듯 서점을 걸으면 수많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행복한, 즐거운, 슬픈, 안타까운, 각기 다른 감정을 실은 바람이 귀를 스쳐가고, 때로는 애절한 죽음이 가슴을 베어 간다. 내 눈물이 툭 떨어져도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져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다른 독자들도 느꼈을 한숨과 탄식, 눈물과 아쉬움이 한데 뭉쳐 책갈피를 살짝 흔들 때, 책은 내 손을 잡고 알지 못하던 세상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를 이끈다.

키 작은 귀여운 책 사이를 걸어 애처롭게 슬픈 시집들을 지나면 강가에 흔들리는 억새처럼 역사책들이 시간을 나누고, 그 사이사이 분홍색이나 연 보라색으로 채색된 로맨스 소설이 진한 꽃향기를 내뿜는다. 꽃은 없지만 넓은 동산을 뛰놀 수 있는 인문학 책들과 달콤한 슈크림과 같이 내 마음을 힐링시켜주는 에세이 책들을 지난다. 작고 가지런한 세상의 축소판, 여러 가지 이야기들 사이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은 공간, 서점에서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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