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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카페 문이 열렸다. 잠시 문 밖으로 몰아치던 눈보라가 카페문 안으로 들이쳤다.
웅웅대는 바람소리와 눈보라 치는 하얀 바깥 풍경이 좁은 문틈으로 살짝 보였다가 이내 사라졌다.
시선의 끝에는 짙은색 패딩을 입은 사람의 모습이 존재했다.
그는 문앞에 멈춰 서서 어깨에 묻어온 눈을 털어냈다.
눈보라소리, 얼어붙은 것처럼 차가운 눈가루, 섭씨 영하 10도의 찬 공기도 그가 들어서자 모두 멈췄다.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검고 긴 외로움의 흔적과 담을 수 없이 조각났던 마음그릇의 공허함, 마음 깊은 생각을 나눌 대상이 없을 때 느끼는 소외감이며,
밥을 먹어도 늘상 존재하던 쓸쓸함, 책을 읽어도 잡을 수 없던 그리움에 대한 갈망도, 잠을 갉아먹던 불안함과 두려움도, 이유없이 다가들던 슬픔도 그 순간 모두 멈췄다.
그는 반가운 얼굴로 내 앞쪽 의자에 앉았다.
우리는 눈빛만을 교환한 채 아무 말 없이 서로 마주 앉아 한동안 책을 읽었다.
커피가 식어감에 따라 시간도 익어가고, 태양이 기울어짐에 따라 세상이 발갛게 따뜻해지고,
우리는 이제 책에서 시선을 떼고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아침에 먹은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자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든 뉴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카페안의 음악은 몇 번이나 새로 바뀌었고,
그는 여전히 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떠들었고,
작고 작은 물방울이 모여 마음을 행복으로 젖게 하는 순간,
문득 떠올랐다.
겨울 카페는 이래서 따뜻하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