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배우기

첫 번째 수업; 자전거, 그 매혹의 탈것

by 영인

지난날 자전거를 배워보려고 시도했을 때 경험은 대부분 비슷했다. 자전거를 끌고 공터를 찾아가서 올라타 본다. 함께 간 사람이 뒤에서 잡아주고 나는 페달을 밟아본다. 뒤에서 잡아주는 사람을 믿고 앞으로 달려본다. 그러나 뒤에 잡고 있던 사람이 손을 뗐다는 걸 깨달은 순간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리고 넘어진다. 넘어진다. 또 넘어진다.

자전거를 배울 수 없었던 이유는 그 기억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이었다. 꿈 속에서도 나는 자전거를 탔다. 어딘지 모를 강가에서 타려고 애쓰고 애써도 넘어지기만 하다가 결국에는 강에 빠지는 무시무시한 악몽이었다. 잠에서 깨었을때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자전거를 배우러 가야 하는, 자전거 교실 첫날.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강사님들께 배우면 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투닥투닥 갈등하는, 11월 4일이다.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대한민국 서울시 노원구 날씨를 확인했다. 혹시 비라도 오게 되면 자전거 교실이 취소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게다가 어제까지 극성을 부리던 미세 먼지도 없는 맑고 좋은 날씨다. 자전거 교실이 취소될리가 없겠다 싶자 자전거 배우러 갈 거면 제대로 배우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평소에는 아침을 잘 먹지 않는다. 기껏해야 블랙커피 한 잔이면 족하다. 그러나 안내문에 아침을 꼭 먹고 오라는 말을 읽고 나니 제대로 먹어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쌀을 씻어 안치고 밥이 되는 동안 간단히 계란 프라이도 했다. 김치와 계란, 어제 해두었던 된장국에 쌀밥을 먹는다. 남들이 보면 씨름 대회라도 나가는 것처럼 열심히 먹어댔다. 그뿐 아니다. 커피도 한잔 마시니 배가 든든해 졌다. 다음은 자전거 타기 좋을 것 같은 바지와 셔츠를 챙겨 입었다. 사이클 대회까지 나갔던 친구는 라이딩용 신발이랑 옷도 따로 있다고 했었는데 나에게는 아직 사치품일 것 같다. 대신 운동화를 신고 작은 물병도 하나 챙겨넣었다.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기 전 구청에서 보내준 ‘자전거 교실’ 장소를 확인했다. ‘녹천교 자전거 대여소 앞’이라니 처음 보는 곳이다. 찾아갈 수 있을까 싶다. 타고난 길치에다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나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과제가 아닌가.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다. 2019년 11월 4일에 살고 있는 이점을 살려 지도 어플로 장소를 검색했다. 살고 있는 집에서 20분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인터넷 지도에 있는 ‘녹천교’는 자주 다니는 카페에서 멀지 않았다. 집에서 카페까지 가는 길은 잘 알고 있으니 카페에서부터 가는 길만 찾아보면 되겠다. 자전거 배우러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지는 않구나 싶다.



그러고 보면 자전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유 중 한 가지는 타고난 길치인 탓도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내내 길을 잃지나 않을까 걱정하던 나였으니. 친구말로는 자전거에 달 수 있는 나비게이션도 있다고 한다. 핸드폰을 자전거에 다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모든 계획은 자전거를 탈 줄 알고 나서 생각해 봐야 겠지. 지금은 자전거를 탈 수 있을지가 더 큰 걱정이다.



목적지인 ‘녹천교 옆 자전거 대여소’를 찾느라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같은 방향으로 걷는 꽤 많은 여성들과 맞닥뜨렸다. 고등학교 때 중간고사 시험을 보러 등교하는 여학생들처럼 모두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그러면서도 결연한 표정의 여성들이 열 명도 넘는다. 그중 한 명이


“자전거 배우러 가세요?”


하자 모두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세상에!' 하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자전거 못타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있었네요!"

"정말 반가워요. 다행이네요. 저만 혼자 배우러 갈줄 알았는데."



나는 여성들과 이야기 하기를 즐긴다. 내가 여성이라 그런지 여성들끼리는 금세 친해지는 느낌이 든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까르르 웃고 손뼉을 치고 놀란다.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금세 수다 꽃이 핀다. 이번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자전거를 못 타는 게 평생 한이었다는 50대 아주머니부터 이번에 자전거 배워서 유럽에서 자전거를 타며 칠순 생일을 보내겠다는 어르신까지. 배우 지망생이라 자전거를 꼭 배워야 한다는 예쁜 20대와 출산 후 망가진 몸을 다시 예전의 몸매로 되돌려 보겠다는 30대 주부도 모두 자전거 배우는 이야기로 수다스러워진다. 뜻밖에 일행이 생긴 덕분에 길 잃을까 하던 걱정은 필요없게 되었다.



잠시 동안 이야기보따리를 풀던 일행이 도착한 곳은 녹천교 다리 옆 자전거 대여소. 한눈에 봐도 자전거 강사티가 나는 남성 두 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시끄럽게 떠들던 우리들도 일순 수다를 멈추고 주위에는 정적이 돈다. 잠시 동안 녹천교 아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숲과 새파란 하늘, 중랑천이 가을속을 흘러가는 소리만 가득한데 강사님이 한 손을 번쩍 들고 빙긋 웃으셨다.



“여러분! 어서 오십시오! 자전거 교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사님은 두 분. 딱 봐도 사이클로 다져진 체격에 자전거라면 한 손으로 조종할 것 같은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 자전거를 하나씩 나눠주기 전에 자전거를 세우는 방법과 양 손으로 핸들을 쥐고 끄는 법을 보여주셨다.



자전거를 거치대에 세운 후에는 꼭 락을 잠근다.


자전거를 끌고 갈 때는 자전거 왼쪽에 서서 양손으로 핸들을 조종한다.


발 위치는 자전거에서 반 걸음 떨어져 걷는다.


자전거는 15도 정도 내 몸으로 기울여 끈다.





이어 30여 명 신청자들은 줄을 서서 자전거 대여소에 들어가 자전거를 한 대씩 끌고 나왔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자전거다. 앞으로 닥칠 험난한 시간이 예상되는 바람에 긴장으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핸들을 쥐고 가는 양 손은 너무 힘을 준 탓에 쥐가 날 지경이다. 자전거가 15도 기울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느라 가는 길은 볼 새가 없다.

마치 처음으로 자동차 운전석에 앉았던 날처럼.

내 숨소리까지 두려울 정도로 긴장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자전거를 끌고 강사님의 지시대로 공터에 줄을 섰다.

강사님들은 자전거 타기 전 점검 사항부터 설명해 주셨다.


A : Air 자전거 바퀴를 눌러보고 공기압을 체크한다.


B: Break 핸들에 있는 브레이크를 점검한다.


C; Chain 페달과 바퀴를 연결하는 체인을 점검한다.







우리가 연습한 자전거는 ‘연습용’이라 거치대가 삼각형이다. 이 거치대에 자전거를 세우면 실내용 자전거처럼 넘어질 위험이 사라진다. 덕분에 우리는 자전거에 오르고 내리는 법을 여러 번 연습할 수 있었다.


자전거 오르기




양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리를 안장 뒤쪽으로 넘긴다.


브레이크를 잡은 후


안장 위에 앉는다.


오른쪽 발은 12시 방향으로 페달을 밟고


왼쪽 발은 땅을 디디고


출발할 때는 오른쪽 페달을 굴려 시작한다.


왼쪽 발은 그다음에 페달에 올려 함께 굴린다.







자전거 내리기




주행 후 정지 준비를 한다.


정지 시 오른발은 12시 방향, 왼발은 땅에 가까이 둔다.


브레이크를 잡고


왼발은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오른발이 뛰어내린다.



강사님의 설명대로 자전거에 올랐다 내리기를 두 시간.

자전거 다루기가 무섭지 않은 기분이 들 때쯤 수업이 끝났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카톡으로 안부를 물었다. 자신이 권해서 시작한 수업이라 내심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 수업 어땠어?

- 끝났어. 괜찮았어.

- 넘어지지 않았어?

-아니, 한 번도 안 넘어졌어.

-정말? 우와, 대단하네.

친구의 칭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거치대에 세워둔 자전거에 앉아 열심히 페달만 굴렸으니 넘어질 일이 없었다는 말은 일부러 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수업을 받다 보면 나도 자전거를 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생겼다. 어쩌면 친구의 꼬임대로 함께 제주도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날이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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