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여행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by 영인

만약 이 글을 읽는 분이 빡빡한 일정 탓에 마카오에서 단 한 곳 밖에 갈 수 없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공연,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며 그 도시를 대표하는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도시마다 녹아있는 문화적 특징을 볼 수 있다. 뉴욕에서 본 뮤지컬 '라이언 킹'이 각각 다른 동물의 특징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전 세계 인종과 민족이 녹아든 미국 문화를 보여주었다면, 비엔나에서 본 오페라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사랑하던 음악적 도시였음을 자긍심 있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공연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이 시대 마카오가 가진 복합적 요소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공연은 화려하다. 물과 빛, 기교와 스피드까지 현란하고 복잡하다. 수중 발레와 함께 공중 곡예, 게다가 오토바이쇼까지 다채롭다. 이야기는 옛날 옛적의 마카오 아름다운 여인이 탄 배가 바닷가에 도착하는데서 시작된다. '마카오'라면 빼놓을 수 없는 존재, 그들의 절대자인 아마 여신 이야기인 듯 하다.

용이 하늘을 날고 여신을 구하려던 남자 주인공이 모험하는 아주 낭만적인 이야기는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현재의 마카오에서 끝이 난다. 중국이지만 중국이 아닌 것 같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뒤덮인 역사도시인 동시에 도박이 주 산업인 이 독특한 도시는 한 가지 단어로는 정의할 수 없다. 마치 물속 공연과 공중 공연을 다 아우르는 이 공연처럼 말이다. 내용은 동양적인데 공연에 등장하는 인물은 서구적이다. 마녀도 있고 광대도 있다. 그리고 동서양 모두의 주제인 '사랑'으로 공연은 마무리된다. 수영은 하지만 깊은 물은 무서워하고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데만 가면 벌벌 떠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배우들이 무척이나 위대해 보였다. 오토바이 스턴트 공연까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본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베네시안 호텔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호텔 내부에 '베네치아'의 곤돌라를 똑같이 만들어두었는데 너무 늦어 타 볼 수는 없다. 한국에 계신 지인들께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더니

"거기 싸이 뮤직비디오에 나온 곳 아닌가요?"

하고 물어보신다. 마카오라면 영화 '도둑들' 배경이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가수 싸이도 이 곳에서 뮤직 비디오를 찍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파리지앵 호텔 앞에 있는 에펠탑이나 베네시안 호텔 안의 곤돌라도 사진에 담기 참 좋은 풍경이다. 누구나 SNS를 사용하는 세상에서 최적화된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우리는 베네시안 호텔의 카지노에 들렀다. 카지노가 어떤 곳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카지노 앞에는 정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서있었는데 들어가기 전 등에 메고 온 배낭을 열어보라고 한다. 내 배낭에는 작은 노트와 볼펜들, 선글라스와 핸드폰밖에 없으니 검사하는데 3초 정도밖에 안 걸렸다. 신분증이나 여권을 보자는 말은 없다. 언뜻 봐도 외국인 티가 나는 모양으로 "안녕?" 하고 한국말로 인사해준다. 카지노 안은 말 그대로 축제 중이다. 아름다운 샹들리에 조명 아래 수런수런 사람들의 말소리,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영화에서만 보던 갖가지 기계들이 늘어서 있다. 테이블에서 어떤 사람들은 카드게임도 하고 주사위도 굴린다. 어떤 테이블 위에는 영화에서 보던 대로 칩이 잔뜩 쌓여있기도 한다. 한쪽에는 오락실에 있는 게임처럼 생긴 기계가 수 십 대다. 누군가 돈을 따면 엄청난 환호소리가 들린다. 그 환호소리에 사람들이 저절로 그쪽을 바라본다. 횡재한 사람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환호해준다. 눈이 동그래져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름다운 여직원이 다가와 음료수를 권했다. 커피, 콜라, 주스, 물 등 음료수가 무료라고 한다. 나는 커피를, 친구는 망고 주스를 한 잔씩 마셨다. 커피는 무척 진한 설탕 커피다. 어딘지 들뜬 기분 탓일까. 카지노 안은 현실이 아닌 꿈속처럼 느껴진다. 카지노에는 (들은 이야기지만)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고 하더니 직접 가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꼭 횡재를 할 것만 같은 기분, 꿈속인듯 현실 같지 않은 그 기분에, 갑자기 큰 부자가 되는 상상을 하며 사람들은 카지노에 가는 게 아닐까.


친절하고 상냥한 카지노 직원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는 공짜 음료수만 마신 후 카지노에서 나왔다. 밤늦은 시내에는 호텔 야경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붐비고 날씨는 여전히 초봄처럼 따뜻하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돌아오며 마카오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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