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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인 Apr 16. 2021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잘 부탁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요즘 생각한다.  아직은 젊은 나이다.  죽음은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가슴이 선뜻 해진다. 타들어가듯 심장이 뛴다.  두려움이다.  죽음에 대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거대한 작품을 쓰고 싶어 했다.   쓰기라는 블루 오션에서  엄청난 것을 건져 올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아껴 둬야 한다고 가당치도 않은 오만을 부렸다.  좋은 소재도 뒤로 미뤘다.  나중에 더 좋은 걸 쓰기 위해 꼭꼭 잠가 뒀다.   그런데 요즘  죽음을 생각하면  나중이란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순간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때라는데  뒤집어 보면 가장 늙은 순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맑은 정신으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현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진리를 깨닫는데  지난 몇 년을 소비했지만 부끄럽게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만 같다.  


요즘은 소설을 쓰고 있다.   수십 번 다시 쓰고 고쳐 쓰고  허물기를 매일 같이 하는데  뭐든 쓰면 쓸수록 내 한계를 더 깊이 느끼게 되는 건 변함이 없다. 쓸데없는 형용사와 부사, 감탄사를 지우고  맘에 안 들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가장 깊은 곳을 향해  잠수 하기를 부족한 능력으로 애써 본다.  그나마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 게 보여  오늘은 기분이 좋다.   이걸로 밀고 나갈까 하며 혼자 웃다가  창문 밖 구름 뒤 달과 눈이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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