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조급함
― 왜 나는 늘 늦는 것 같을까
나는 늘 늦고 있다는 감각 속에서 하루를 산다. 이미 여기 서 있는데도, 마음은 아직 출발선에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남들은 앞서 걷고 있는 것 같고, 나는 매번 뒤처진 사람처럼 숨을 고른다. 그래서 자주 스스로를 재촉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분명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그러나 신앙 안에서 시간을 바라볼 때, 나는 질문을 다시 받는다. 정말로 늦은 것일까?
주님은 한 번도 나에게 “왜 아직 여기냐”고 묻지 않으셨다. 오히려 “지금 여기서 나를 보느냐”고 물으신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의 시간을 내 기준으로 재단하고, 그 안에 도착하지 못한 자신을 죄인처럼 세운다. 하지만 하느님의 시간은 언제나 ‘지금’이며, 그분의 시계에는 지각이라는 개념이 없다.
성경 속 인물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은 늦게 불린 사람들이다. 모세는 나이가 들어서야 사명을 받았고, 베드로는 수없이 넘어지고 나서야 사도가 되었다. 그들의 지연은 실패가 아니라 준비였고, 머뭇거림은 버려짐이 아니라 기다림이었다. 하느님은 서두르지 않으신다. 다만 놓치지 않으신다.
나는 조급함 속에서 종종 하느님보다 앞서 달리려 한다. 결과를 먼저 보고 싶어 하고, 의미를 당장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주님은 나를 결승선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동행의 자리로 부르신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나의 불안은, 어쩌면 이미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 데서 오는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늦은 사람이 아니라, 과정 중에 있는 사람임을 믿어보려 한다.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는 지금의 머뭇거림도 은총의 일부임을, 아직 열매가 보이지 않아도 이미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주님, 제 걸음이 느릴 때에도, 당신은 이미 저와 함께 계셨음을 믿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