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그렇게 크고 빨갛고 동그랗고 달콤한 사탕을, 온전히 나만을 위해 가져본 적이 없다. 집에 사탕 봉지가 들어오면 그것은 늘 오빠와 남동생의 것이었고, 나는 그들이 고르고 남긴 것을 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포장지가 조금 구겨져 있거나, 이미 손에 쥐어졌다가 다시 놓인 것들. 그런 사탕 중에서도 오빠나 남동생이 고르고 남은 것들. 그런 사탕만 내 몫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사탕을 고르는 법을 몰랐고, 좋아하는 맛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하굣길 골목 모퉁이에서, 길가에 떨어진 사탕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사탕이라는 사실보다, 내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종류의 것이라는 점을 먼저 알아보았다. 크기가 달랐고, 색이 달랐고, 종이 안에서 빛이 도는 방식도 달랐다. 포장지에 적힌 글자는 읽을 수 없었지만,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오히려 그것을 더 확실하게 만들었다. 이건 내 것이 아니었던 세계의 물건이라는 것을.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사탕을 주워 호주머니에 넣었다. 손에 닿은 포장지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안에서 둥근 것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였다. 굽힌 몸을 펴고 바로 섰을 때, 사탕 근처에서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한 명 발견했다.
그 아이는 근처 화교 학교 교복을 입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단정하게 여민 옷자락과 구두 끝이 눈에 들어왔다. 소년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집요해서, 나는 소년이 나에게 그 사탕을 내놓으라고 할 것 같아 두려워졌다. 살금살금 그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그런데 그는 사탕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지도,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았다. 마치 내가 주운 사탕은 소년이 준비해둔 선물이라는 듯 나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우리 집에서 사탕은 늘 그런 식이었다. 사탕뿐 아니다. 맛있는 반찬, 옷, 장난감이나 책과 같은 것들도 예외가 없었다. 나의 역할은 가질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생기듯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누군가 먼저 집어 들고, 남긴 것을 건네받는 일. 내가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고, 묻는 사람도 없었다. 사탕은 달았지만, 달콤함은 늘 나중의 것이었다. 나는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익숙해진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주운 붉은 사탕을 호주머니에 넣었을 때, 나는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따뜻해진 손바닥 안에서 사탕의 둥근 형태가 또렷하게 느껴졌고, 그 무게는 생각보다 확실했다. 아무도 그것을 달라고 하지 않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었다. 먹지 않았는데도 위안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이미 필요한 몫을 받은 사람처럼.
집으로 돌아온 후, 나는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그 사탕을 조심스레 꺼내 보았다. 포장지를 벗기자 앵두와 사과와 딸기의 붉은 색을 모아 담은 것만큼이나 영롱한 색깔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름다운 붉은 색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 한참을 들여다만 보던 나는 사탕을 다시 포장지에 곱게 싸서 호주머니에 넣었다. 이후 며칠 동안 나는 그 사탕을 꺼내 보지 않았다. 포장지를 벗기지도 않았고, 맛을 상상하지도 않았다. 그저 호주머니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사탕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아는 동안, 나는 이상하게도 덜 불안해졌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처음으로 주어진 것 같았다.
그 아이와 나는 그날 이후 하굣길에서 자주 마주쳤다. 말을 건 적은 없고, 눈이 마주친 적도 거의 없었다. 다만 이상하게도, 내가 전차를 타지 않은 날에도, 일부러 골목을 하나 더 돌아간 날에도 그는 늘 근처에 있었다. 길모퉁이에 서 있거나, 조금 앞서 걷거나, 이미 그 자리에 오래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다. 따라온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이미 정해진 길을 뒤늦게 걷고 있다는 기분이 더 강했다. 마치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지나야 할 곳을 하나씩 밟고 있다는 듯이.
그를 볼 때마다 나는 속도를 조절했다. 괜히 발걸음을 늦추거나, 반대로 조금 서두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의 거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채로 유지되었다. 그 거리 안에서는 말이 필요 없었고, 눈을 마주칠 이유도 없었다. 그는 나를 보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나 역시 그를 보지 않는 척했다.
화교 학교에 다니는 학생일 거라는 추측 말고 그는 낯선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도,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다. 아는 것이라고는 하교 시간 무렵에 나타난다는 것과 항상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함께 걷는 시간이 한 계절을 채울 때까지도 그는 그저 얼굴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에게는 설명되지 않는 익숙함이 있었다.
비가 오던 날이었다. 장대비는 아니었지만, 그날의 비는 오래도록 그칠 기색이 없었다. 전차를 탈까 망설이다가 나는 우산을 펴들고 그냥 걸었다. 빗물은 골목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평소라면 또렷했을 돌과 배수구의 위치가 희미해졌다. 그날의 길은 예전과 같으면서도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그 아이는 그날도 있었다. 평소보다 더 멀리, 골목 입구 쪽에 서 있었는데, 비를 피하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교복은 젖어 있었고, 어깨와 소매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런데도 그는 우산을 쓰지 않았고, 비를 맞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보다 먼저, 그가 늘 그랬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비가 오는 날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존재처럼.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그러나 같은 시간은 아닌 것처럼 걸었다. 빗소리 때문에 주변의 다른 소리는 모두 지워졌고, 전차의 종소리도 멀리서 희미하게 울렸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그가 나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날따라 그의 얼굴은 유난히 창백해 보였고, 물기 속에서 윤곽이 흐려져 있었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 문득 그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는데도, 나는 그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골목은 그대로였지만, 조금 전까지 분명히 있었던 자리만 텅 비어 있었다. 그날 이후로도 나는 비 오는 날이면, 그 아이가 비를 피하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며칠 뒤 교실 책상 서랍 안에서 또 하나의 붉은 사탕을 발견했을 때 나는 소리 지를 뻔했다. 놀라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이 있어서는 안 될 자리라는 생각보다,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책과 공책 사이, 늘 비어 있던 서랍의 가장 안쪽에 그 사탕은 조용히 놓여 있었다. 누군가 급하게 숨긴 흔적도 없었고, 우연히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포장지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또박또박 정리된 글씨는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익숙했다. 내가 아는 누구의 글씨도 아니었지만, 한 번쯤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오래 바라보면 기억날 것 같았고, 동시에 끝내 떠올리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업 시간이 다가온 교실에는 반 친구들의 수다와 웃음소리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순간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그 사탕을 손수건에 싸서 가방 깊숙이 넣었다. 포장지가 손수건에 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고, 그 순간 교실의 소음이 잠시 멀어졌다. 사탕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지만 분명한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나에게만 전달된 어떤 물건처럼.
수업 시간 내내 가방 속에서 사탕이 자리를 옮기는 것 같은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움직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그것의 위치를 의식하고 있었다. 칠판의 글씨보다, 선생님의 목소리보다, 가방 안쪽에서 미세하게 변하는 감각이 더 또렷했다. 가방을 내려놓을 때마다, 어깨에 멜 때마다 사탕은 다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