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해방감을 느낄까? 여전히 모르겠다.
<어글리 시스터> GV에 다녀왔다. 영화는 바디 호러로, <서브스턴스>를 연상시키는 영화다. 물론 먼저 완성된 건 어글리 시스터라 한다. 연출과 각본을 동시에 작업한 감독 에밀리 블리치펠트는 91년생 여자로, 우리 또래다. 그녀는 동화 ‘신데렐라’의 잔혹 버전에서 유리구두에 발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발가락과 발등을 자리는 의붓 자매들의 결말에 충격을 받아 새로운 시각으로 이 영화를 완성시켰다. 주인공은 신데렐라의 의붓 자매인 ‘엘비라’.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예쁘지 않은 외모가 콤플렉스였다. 그러다 어머니가 재혼하며 신데렐라와 가족이 되었고, 얼마 가지 않아 새아빠가 죽게 되며 에빌라의 어머니는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기 위해 왕자와의 무도회에서 엘비라가 돋보여 선택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엘비리는 코를 부러뜨려 높이고, 바늘과 실로 인조 속눈썹을 꿰고, 촌충이라는, 배에 들어가 음식을 대신 다 먹어주는 기생충 약까지 먹게 되며 나중에는 유리구두를 위해 발가락까지 자르게 되는 이야기다.
노르웨이 공포영화로 배우도, 언어도 생소하며 중세 유럽이라는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 어느 고여 영화보다 동시대가 떨어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고어 영화보다 나를 괴롭히는 영화였다. 아마 엘비나가 자신의 신체를 망가뜨리는 것에 대해 내가 완전한 방관자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엘비나의 행위는 고어에 가깝지만 현실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성형외과적 시술과 성형이 그것보다 훨씬 기괴하기에.
GV 하는 동안 이 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후련하면서도 씁쓸한 시간이었다. 영화의 연출이나 미장센도 만족스러웠기에 많이 봤으면 좋겠지만 동시에 결국 이 영화가 뚜렷한 가해자에게 어떠한 벌도 내리지 않고 피해자만을, 혹은 그걸 지켜보는 여성에게만 불편한 감정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인류가 아름다움이라는 관점에서 완전히 벗어났던 적이 있던가? 없음은 분명한데, 그런데 왜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하나의 인격체를 전시품으로 만드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그 기준을 내 내면으로 만들기 위해 자꾸 바꾸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내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과연 해방감을 느낄까? 여전히 모르겠다.
■ 최근에 봤던 영화 중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
■ 바디 호러라는 장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잘 보시나요?
■ 여성의 신체 변형을 날카롭게 보여주기 위해 바디 호러라는 장르가 사용될 때 느껴지는 불편함. 결국 가해자에 대한 징벌은 없고 피해자의 고통과 깨달음만 있는 것이 불편하면서도 필요하다고 느끼고. 어떻게들 생각하세요?
■ 각자만의 미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추구미.
일기떨기 02. 선란
『무너진 다리』 『어떤 물질의 사랑』『천 개의 파랑』『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나인』『노랜드』『아무튼 디지몬』『모우어』를 썼습니다.
환경파괴, 동물멸종,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SF소설을 씁니다.
일기떨기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llki_ddeol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