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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떨기 Jan 24. 2024

51. 일기떨기

드디어 나에게도 번아웃... 이라는 게 온 건가?




 드디어 나에게도 번아웃... 이라는 게 온 건가? 라며 의심하는 시간들이 생겼다. 루틴이 정해져 있는 편이라 이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고, 아침을 먹고, 8시쯤 밖을 나가 점심 먹기 전까지 뭐라도 하긴 하지만... 가끔은 루틴 때문에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는데 그걸 외면하는 기분이랄까. 일하기 싫고 늘어져 있고 싶은 건 아니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더 몰두해서 일을 하고 싶은데 요즘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어서 그런 것도 같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또 일보다 사람에 지친 것 같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쉬어야 할 타이밍인데, 정신과 몸이 쉬라고 외치고 있는데 글이 너무 쓰고 싶어서 좀 서러웠다. 소설 쓰고 싶어, 소설에 미쳐 있고 싶어! 하고 속상해하다가 새삼 타고난 소설가라는 생각에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다. 그러다가 또 소설가면서 소설 안 쓰고 뭐하는 거야, 싶기도 하고. 대체 요즘 무슨 정신으로 일하고 있는 건지.


 일을 하며 제일 피곤한 건 알고 싶지 않은 업계 현실을 아는 것이다. 음... 그래, 난 이 이야기들에 좀 질려 있는 것 같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오로지 즐거운 이야기! 색다른 이야기! 새로운 도전! 인데 미디어는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또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그게 참... 귀찮다. 이런 것까지 받아들일 줄 알아야 진정한 프로가 되는 걸 텐데. 그래도 한 가지 발전한 게 있다면 이제는 화도 잘 안 난다는 거다. 예전에는 억울하고 분하고 이해 안 가면 씩씩거리며 친구들한테 말하기 바빴는데, 요즘에는 혼자 삭히고 만다. 그러는 편이 더 편하다. 운동하고, 맛있는 거 먹고, 책 읽으며 감정을 혼자 달래는 거.


 혼자 지내는 게 점점 더 편해지고 있다. 어쩌면 번아웃이라 의심하는 것도 홀로 있음이 편안해져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간호사 국가시험을 본 언니와 거의 1년 만에 만났다. 여수에 사는 언니는 나보다 한 살 더 많은데, 내가 브릿G에서 <무너진 다리>를 연재할 즈음 언니도 꿈을 다시 찾겠다며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그 다음에는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며 20대 후반에 간호 대학에 들어갔고, 이번에 한 번에 국시를 통과하며 졸업해 간호사 면허증을 땄다. 시험을 마치고 서울로 온 언니를 태우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는 언니가 얼마나 멋있는지 주야장천 말했다. 그런데 언니는 하는 말이 “선란아, 네가 운전을 하다니. 어른이다.”란다. 운전도 하고, 혼자 사는 것도 편해지고, 외로움이 약간 대수롭지 않아 지고, 일적으로 화가 나도 삭히고, 약간의 번아웃을 느끼는 게... 나 정말 서른이 넘었구나, 싶다. 20대 초반의 나는 상상도 못할 나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재미있어 진다. 그럼 40대의 나는 어떨까. 더더 안정적이고 듬직한 어른이 되고 싶은데. 무엇이든 살리는 어른이 되고 싶은데. 하, 번아웃 타령할 시간이 없네, 없어.




대화 주제 


 내 나이를 체감하게 되는 순간

■ 나이가 들면서 바뀐 취향

■ 나이가 들면서 사라진 취향 및 취미 중 다시 되찾고 싶은 것 (다시 즐기고 싶어!!!)


더 자세한 이야기는: https://podbbang.page.link/N3KgWN9A42RCnsLw6


일기떨기 02. 선란

『무너진 다리』 『어떤 물질의 사랑』『천 개의 파랑』『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나인』『노랜드』를 썼습니다.

  환경파괴, 동물멸종,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SF소설을 씁니다.

  일기떨기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llki_ddeol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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