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오늘의 다음날이 아니다

by 세인트

인생은 연속성이 있거나 인과성이 있는 일들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늘 일어나는 일이 훗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제의 일이 오늘과 상관없이 일어났듯 오늘의 일도 내일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마치 인생을 어떤 운명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여기거나, 오늘 일에 대한 해석으로 미래를 예견하거나 예정된 것으로 믿는다.


이것이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일이 결정된다는 믿음을 만든다. 오늘을 성실히 살고 저축을 열심히 하면 편안하고 풍요로운 미래가 보장되리라고. 물론 그럴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그것은 보장된 것이 아니라 내가 내게 일어난 일을 그런 지향으로 쌓아 올린 결과이지 인생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인생은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으니 애쓰며 살 필요가 없는 것일까? 인생은 아무런 예정도 인과도 없이 매일 예측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지만, 그렇다고 이유 없이 벌어지는 일들을 그저 겪어내며 지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다양한 사건이나 상황에 놓인다. 그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권한이다. 그것이 삶을 의미 있게 하거나 형편없게 만드는 열쇠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내게 벌어진 일을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 길을 걷다가 새똥을 맞으면 의미를 해석하는가? 그저 하늘을 날던 새 한 마리가 똥을 싼 것이고, 그 순간 내가 그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던 것뿐이다. 다른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면 내가 아닌 그의 머리에 새똥이 떨어졌을 것이다. 새는 누군가를 겨냥해 똥을 싸지 않는다.


모든 일이 그렇게 일어난다. 복권에 당첨 됐다고 은혜를 입은 것이 아니고, 지갑을 잃었다고 저주를 받은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 해도 일일이 그런 시시한 은혜나 저주를 주는 것에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쁘시다 보니 우리에게 '자유의지'라는 기가 막힌 선물을 주신 게 아닌가.


"3개월을 넘기기 힘들겠습니다." 하는 선고를 받았다 해도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자학할 필요가 없다. 물론 과음을 하고 줄담배를 피며 함부로 살았어도 그건 하나의 요인일 뿐이다. 아니라면 모든 음주 흡연자는 3개월 시한부 생명이어야 한다. 그 시간 그 길을 지나다 맞은 새똥일 뿐이다. 왜 하필 내게?라는 원망도 의미가 없다. 새에게 물어본들 뭐라 대답할까? "당신 정수리를 노리고 있었다"라고?


불행한 일은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나는 대처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마치 그 일을 앞으로 더 크고 견디기 힘든 불행의 예고편처럼 여기는 것이다. 인생에서의 사건은 연속극이 아니다. 매일 새롭게 벌어지는 단막극이다. 불행한 일이 연잇는다 해도 그건 서로 다른 사건의 연속일 뿐, 옴니버스 드라마이지 일일연속극이 아니다.


왜 하필 나만 불행할까? 하는 탄식은 그처럼 개별의 불행을 엮어 그게 내 인생이고 운명이라 여기는 탓이다. 어제의 불행을 오늘의 불행과 연결하고 그것을 근거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내일의 불행까지 더해 잔뜩 무거워진 보따리를 짊어지고 가는데 불행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니 모두에게 다행한 일이지만, 분명한 건 내일 해가 뜨지 않아도 오늘과 다른 날일 것임엔 틀림없다. 우리에게는 매일 기적 같은 새로운 24시간이 주어진다. 새 신을 신고 다시 어제의 진창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하늘 높이 팔짝 뛰어볼 것인가. 인생이 제아무리 예측불가 운명의 장난질을 친다 해도 우리에겐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오늘이 어제가 아니듯, 당연히 내일도 오늘의 다음 날이 아니다.'



이전 01화퉁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