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일이 있다.
결혼을 앞두고 아내의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갔다. 반찬 중 눈에 익은 게 있어 집어 먹었다.
입 다물고 먹기만 했으면 좋았으련만, 딴에는 어색한 분위를 깬다고, "이거 수박 나물이죠?" 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 그건 노각이라고, 늙은 오이로 만든 나물이네."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다음날 아내가 전한 장모님의 말씀.
"서서방이 어렵게 자란 모양이다. 수박 껍질로 나물 만들어 먹었다니. 네가 맛있는 거 많이 사줘라."
지병이 있던 장모님은 막내사위 씨암탉도 한 마리 잡아주지 못하시고 6개월 뒤 돌아가셨다. 가난한 집 맏아들과 결혼하려는 막내를 걱정하기보다, "네가 맛있는 거 많이 사줘라." 하신 그 말에 죄송하고 감사했다.
그래도 노각나물 보다 수박나물이 더 맛있는 건 어쩔 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