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엄마가 식당을 하셨다. 말이 식당이지 손님이 오면 방 비워주느라 누나들은 우르르 이웃집이나 친구집으로 쫓겨나고, 나와 내 동생은 골목에서 아이들 불러 모아 딱지치기나 자치기 하며 시간을 때워야 할 만큼 '콧구녕' 만한 집이었다.
손님이 오면 엄마는 폭 꺼진 부엌에 내려가 철근을 두드려 만든 긴 갈고리로 안방이나 애들 방 바닥 아래 밀어 넣었던 내로식 연탄을 끄집어내 반찬을 만들었다. 너무 오래 꺼내면 방이 춥고, 그렇다고 안 꺼내면 요리를 할 수 없고. 한겨울에 요리한다고 연탄을 오래 꺼내면 누나들과 나는 연탄 좀 빼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 엄마는 "이누무 자손들, 묵고 살라믄 참아야지 쫌 추분기 문제가?" 하셨다.
정치하다 망하신 아버지 때문에 평생 가족의 생계를 엄마의 조그만 몽땅손으로 해결했다. 식당을 하면 그래도 자식들 밥은 굶기지 않겠다 싶어 시작하셨다고 했다. 덕분에 가난해도 밥을 굶은 기억은 거의 없다. 하다못해 시래기 죽이나, 너무 질려 지금도 먹지 않는, 갱식이라 부르던 시큼한 개죽같은 음식이라도 끼니를 거른 적은 없었으니, 아버지는 많이 배운 무능력자고 엄마는 배운 것 없는 유능력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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