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 part, l’autre reste - Charlotte Gainsbourg
떠난 사람, 남은 사람 - 샤를로뜨 갱스부르
https://youtu.be/9lYJwNdv3CU?si=Ksv-nXb1oQw3mNIe
잠시, 쇼팽의 곡을 올려놓았던가? 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전주의 길이를 넘어 한참을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은
노래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이미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 두고 그 안으로 누군가 들어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래서 이 곡에서는 "이제 노래가 시작되겠구나"하는 지점을 선뜻 정할 수 없습니다.
샤를로뜨 갱스부르의 노래도 피아노를 따라갑니다. 피아노가 샤를로뜨의 노래를 따라가지 않죠. 마치 대사를 하는 배우 같습니다. 호흡을 맞추고, 톤을 잡고, 이미 만들어진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의 가사는 노래가 아닌 독백처럼 들립니다. 전통적인 샹송의 꾸플레를 피아노가, 르프랭을 샤를로뜨가 맡은 형식입니다.
Ont-ils oublie leurs promesses 그들은 약속을 있었을까
Au moindre rire, au moindre geste 웃음도 몸짓도 예전 같지 않아
Les grands amours n´ont plus d´adresse 열렬한 사랑도 더 이상 주소가 없어
Quand l´un s´en va, l´autre reste 한 사람이 떠나고 한 사람이 남을 때
N´est-il peche que de jeunesse 그저 청춘의 죄인 걸까
리듬에 맞춰 끌어올리는 노래가 아니라, 정해진 속도로 흘러가는 문장들. 그리고 격정적인 감정을 실어 보내기보다 상황을 표현합니다. 이처럼 피아노가 충분히 연주된 뒤에 목소리가 들어오는 건 노래가 음악을 이끄는 게 아니라, 음악이 먼저 자리를 만들고 그다음에 노래하는 사람이 들어오는 형식이지요. 이 순서 때문에 샤를로뜨의 목소리는 노래가 아닌 연기처럼 들립니다.
샤를로뜨 갱스부르가 가수이면서 동시에 배우라는 사실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이미 그렇게 들립니다. 노래를 잘 부르려는 것보다 자신의 배역을 정확히 아는 배우가 마이크 앞에 서 있는 느낌을 주지요. 이건 그녀의 부모인 세르즈 갱스부르와 제인버킨의 작업과도 닮았고 그간 세르즈가 여배우들과 함께했던 곡들이 주었던 분위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 챔발로의 소리에 이어 시작된 피아노는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유지합니다. 감정을 부풀리거나 일부러 절정의 순간을 만들지 않고, 쇼팽의 음악이 그러하듯, 이 연주는 듣는 사람에게 집중을 요구하기보다 마치 가구처럼 곁에 놓여있습니다. 샤를로뜨의 목소리도 튀어나오지 않고 피아노의 선률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입니다. 노래가 아니라 장면의 일부가 되는 거지요. 이 점이 <L’un part, l’autre rest>를 다른 이별 노래들과 다르게 만듭니다.
이 곡은 감정을 표현하려 들지 않고 지금 감정이 이미 놓여 있는 상황을 그대로 재현할 뿐입니다. 이렇게 표현해도 되겠군요, '이 노래는 부르기 시작하는 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되어 있던 장면에 뒤늦게 들어가는 음악" 이라고요. 피아노가 충분히 말하고 난 뒤에 목소리가 들어오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 곡에서 중요한 건 누가 노래하느냐보다, 어떤 상황으로 등장하느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자기 몫의 장면을 가진 배우처럼 정확하게 그 자리에 서있지요. 그래서 이 노래는 듣는 곡이기보다 한 장면을 통과하는 경험이라 해도 어울릴 것 같습니다. 조용히 시작해 조용히 끝나지만. 어디선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또 하나, 사소해 보이지만 빼놓을 수 없는 점. 음악이 시작되며 잠시 챔발로에 이어 피아노를 배치한 것은 아마도 피아노의 전신인 챔발로로 지난날 사랑했던 시간을 표현하고, 이어지는 피아노가 지금의 이별을 말하려는 게 아니었을까요. 아쉽게도 챔발로는 잠시 울리고 사라집니다. 음악 속에서도, 그리고 그녀의 시간에서도 그 시절이 그렇게 짧았던 것처럼.
*프랜치 팝이 아닌 전통적인 샹송은 시를 낭송하는 듯한 도입부 꾸플레 Couplet와 , 후렴 같은 선율부 르프랭 Refrain은 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브 몽땅이 '고엽'을 노래하며 초반에 독백하듯 Oh, je voudais tant que tu te souviennes.... 그대가 지난날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하는 부분이 꾸플레, 이어서 C'est une chanson qui nous ressemble... 이 노래는 우리들의 이야기 같습니다.. 하는 노래 부분이 르프랭입니다.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지만, 언젠가 그 날, 처음 이 노래를 방송할 때 멘트를 기억해 다시 썼습니다. 30년의 방송원고를 모두 잃어버려 기억에만 의존하는게 쉽지는 않네요.(수필/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