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 - Take On Me [ Live From MTV Unplugged, Giske / 2017 ]
https://youtu.be/-xKM3mGt2pE?si=NBoiV1FZz8EwM4_c
처음 이 노래가 나왔을 때, 그시절의 젊음이 속도와 높이로 표현되었습니다. 빠르게 달려가는 리듬, 숨이 찰 만큼 치솟는 멜로디, 그리고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뮤직비디오. 지금에 와서는 익숙한 기법이지만 당시에는 분명 새로운 상상이었고, 그래서 이 노래는 젊은 감각과 기술, 그리고 신선한 창의성을 담은 곡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지난 시절의 히트곡을 이제와 다시 꺼내는 이유는, 이 언플러그드 공연이 나타내는 이야기들이 많아서입니다. 과거의 많은 히트곡들이 이 지점에서 길을 잘못 드는 일이 많은데요. 대부분 젊었던 시절의 에너지를 호출하려 하거나, 이미 달라진 몸으로 같은 높이를 재현하려 애쓰지요. 추억을 소환당한 팬들도 잠시 열광을 보내고요. 그 결과 무대는 노래보다 과거를 붙잡으려는 장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언플러그드의 <Take On Me>는 그 길을 분명하게 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젊음을 다시 연기하려는 몸짓이 없고, 과거의 속도를 증명하려는 조급함도 없습니다. 노래는 분명히 느려졌고, 편곡은 훨씬 단순해졌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무언가를 잃은 결과가 아니라 지금의 상태를 정확히 받아들인 선택이지요. 바로 이 점이 이 공연을 설득력 있게 만듭니다.
보컬은 더 이상 예전처럼 위로 치솟지 않고 음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짚어나갑니다. 속도를 늦춘 덕분에 가사
는 더 선명해지고 멜로디는 지금의 호흡에 맞게 재배열되지요. 이 노래는 젊은 시절의 몸을 요구하지 않고
지금의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노래가 아닌 추억을 재현하려는 태도 때문에, 이른바 '7080'공연에서 종종 느끼는 어색함 같은 것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밴드의 태도 역시 비슷합니다. 소리를 채우기보다 덜어내고, 빈 공간을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언플러그드라는 형식은 여기서 장식이 아니라 이 노래가 나이를 드러내는 방식이 됩니다. 과한 리듬 대신 여백을 두고, 그 자리에 조용히 따라 부르는 관객의 목소리가 들어올 틈을 남깁니다. 관객들도 이른바 '떼창' 같은 합창이 아니라 옆자리 친구의 어깨에 기대 자신만의 추억을 조용히 따라 부릅니다. 그러니 모두 같은 곡을 부르는데도 각자의 눈빛으로 추억을 회상하지요.
관객의 합창은 계획된 장면이 아니고 누군가가 신호를 보내서 일제히 따라 부르는 것도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노래를 서로 확인하듯 이어집니다. 이제 이 곡은 무대 위의 가수만의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의 것이 됩니다.
이 장면이 인상적인 이유는 가수와 팬이 같이 늙어왔다는 사실이 아무 설명 없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이 노래를 학창 시절에 처음 들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제 아이와 함께 이 공연을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각자의 삶은 달라졌지만 노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속도로, 지금의 몸에 맞게 불릴 뿐이지요.
그래서 이 무대에는 어색함이 없습니다. 젊음을 흉내 내지 않기 때문이지요. 과거의 영광을 다시 증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제는 이렇게 부를 수 있다”는 차분한 확신이 느껴집니다. 이런 점에서 이 <Take On Me>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날의 히트곡이 어떻게 나이를 드러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품위 있을 수 있는지를 과장 없이 보여줍니다. 다시 들어도 이 노래가 여전히 감동인 이유는 젊음을 유지했기 때문이 아니지요.
오히려 제대로 나이를 먹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일 겁니다. 노래도, 뮤지션도, 그리고 관객도 각자의 속도로 같은 시간을 건너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공연을 보고 있으면 단지 추억에 잠기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머물게 됩니다. 과거를 소환하는 무대가 아니라 과거를 지나 현재를 느끼는 것이지요.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예전처럼 높지 않아도 좋습니다.
지금의 목소리로 끝까지 부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겠지요.
이 언플러그드의 <Take On Me>는 바로 그 사실을 아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한 시대의 히트곡이 아니라,
한 세대가 함께 불러온 노래라고요. 그리고 이 노래는 지금도 같은 속도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계속 노래되고 있습니다. 그 증거요? 게임 <The Last Of Us 2>에서 주인공 Elli 가 이 노래를 다시 예쁘게 부른 것을 들어보셨는지요?(수필/음악)
https://youtu.be/JeHRqAu2DC0?si=-gFTBN64xOlfnfI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