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os Dolor

by 세인트



Adios Dolo - Roger Davidson / 2005 Cafe Vivaldi Live

https://youtu.be/amOzzQojDA4?si=d_7kIpg0jRUlbVWo


탱고, 하면 먼저 삐아솔라가 떠오르지요.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삐아솔라의 Por una Cabeza 영향이 큽니다. 영화 '여인의 향기' 때문이기도 하겠고요. 아마도 그 이전 세대들에는 콘티넨탈 탱고 스타일인 La Cumparsita 가 먼저 연상될 수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탱고’는 어느새 하나의 이미지처럼 굳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주는 그 이미지에서 조금 비켜있습니다. 이른바 '탱고의 명곡' 이니 하는 명성과도 거리가 멀고요. 더욱이 작은 카페에서 연주하며 딱 그 공간이 허락하는 만큼의 소리로만 채웁니다.


Roger Davidson의 Cafe Vivaldi의 라이브는 콘서트홀의 음향을 전제로 하지 않기때문에 소리는 멀리 퍼지지 않고 벽에 부딪혀 곧바로 연주자에게 되돌아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연주는 소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느낌입니다. 이 거리 덕분에 연주가 유난히 따뜻하게 들립니다. 접근이 부담스러운 웅장함이 아니라 편안한 친구처럼 가까이 있기 때문이지요.


<Adios Dolor>는 전통적인 탱고의 형식입니다. 리듬에는 분명한 긴장이 있고, 멜로디에는 라틴 특유의 선이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주는 탱고의 에로틱한 몸짓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춤을 전제하지 않기에 박자를 밀어붙이지도 않는 것이지요. 멜로디도 단순합니다. 화려하지 않고, 불필요한 장식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곡은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라는 사실을 잊게 합니다.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가사가 있었던 것처럼 장면이 그려지지요. 멜로딕한 선율로 인해 ‘들려주는 연주’라기보다는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는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연주되는 피아노는 감정이 넘치지 않도록 선을 긋습니다. 과한 표현을 미리 잘라내고 이 연주가 어디까지 갈지를 방향을 정하지요. 그리고 따라 들어오는 베이스가 음악의 중심을 잡습니다. 베이스가 연주되자마자 금세 음악이 풍성해지지요. 베이스는 튀어나오지 않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피아노가 넘치지 않도록 붙잡고, 멜로디가 길을 잃지 않게 이끌어 갑니다. 이 둘의 관계가 연주의 뼈대를 이룹니다.


인상적인 순간은, 베이스가 활로 바뀌는 지점입니다. 리듬을 이끌던 손이 멈추고, 활의 보잉으로 베이스가 피아노의 선율을 따라갑니다. 변화가 길지는 않지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연주는 기교를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걸 이미 곡이 갖고 있는 소박한 선율만으로도 이미 관객은 알고 있지 않을테니까요.


탱고와 재즈가 만났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연주는 탱고의 긴장과 재즈의 호흡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유연하게 흐릅니다. 감정을 도드라지게 과장하지도 않고 제목이 말하듯 ‘고통에 작별을 고한다’는 말처럼 이미 지나온 일을 이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담담히 말해주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일종의 ‘숨은 명곡’이라고 할까요?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었던 음악이기에 요란한 명성으로 치장되지 않아서 그 조용함 덕분에 연주의 밀도가 더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작은 카페의 울림, 피아노와 베이스의 간격, 그리고 말 대신 이어진 선율. 이 모든 것이 합쳐져 <Adios Dolo>는 공간과 함께 기억되는 음악이 됩니다. 고통에 작별을 고하지만 고통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제는 흘러가버린 것이라는 담담함이 이 곡의 매력입니다.(수필/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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