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 중에서 만나를 지고
어릴 때 누나가 부르는 이 노래를 듣고 그 자리에서 단박에 외웠다. 가사가 짧고 멜로디도 쉬웠지만 그보다는 노래가 슬퍼서 마음에 들었다. 어쩌다 이유 없이 울고 싶을 때, 다락에 누워 이 노래를 부르면 '집 없는 아이'라는 만화에서 본 레미처럼 고아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내게도 미리강 아줌마 같이 우아하고 부자인 친엄마가 있다면 어떨까? 상상했다.
지독하게 사춘기를 앓던 시절, 이 노래를 부르면 그냥 눈물이 났다. 집을 떠나 혼자 친척집에 기거하며 학교를 다녀, 학교에서도 혼자였고 친척집서도 혼자였다. 학교에서는 '전학 온 아이'라 친구가 없었고 친척 집에서는 '부잣집 애들'인 사촌들과는 한 집에 있어도 남인 것 같았다.
어른이 되어 내 가정을 가지고도 가끔 이 노래를 부른다. 사랑하는 아내, 아이들이 있지만 이 노래를 부르면 여전히 다락방에 누워 청승 떨던 어린 내가 된다. 외로움의 이유는 무엇일까? 노랫말처럼 만날 수 없는 연인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외로움의 근원이 이해되지 않는다. 무어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데, 갑자기 밀려드는 외로움은 대체 어떤 이유일까?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을 잃어 외롭다'면, 아마도 이유 없는 외로움은 너무나 많은 것을 사랑하여 생기는 것이 아닐까. 자신은 물론 세상의 모든 것들을 너무나 사랑하여.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하는 노랫말도 있다. 마음에 사랑이 너무 많아서, 자신도 그처럼 사랑받고 싶어서, 그러나 그 사랑이 채워지지 않아 생기는 갈증이 외로움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청승맞은 사내가 아니라, 사랑이 많은 사람이겠다. 그런데 왜 종종 세상에, 타인에게, 심지어는 내 가족들에게조차 사랑은커녕 모질고 못되게 구는 걸까. 이토록 사랑하는 세상에게서 사랑을 얻지 못해 외로워질까봐 지레 그러는 것일까. 그렇다면 외로움은 겁쟁이의 몫이다.
짝사랑이 외로운 건 혼자만의 사랑으로 끙끙 앓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고백 후 거절 당해버리는 건 어떨까? 몇 날을 이불 뒤집어쓰고 실컷 울고 나서는, 머리를 자른 뒤 화장을 고치고, 매운 고추장에 밥 비벼먹고 나서 립스틱 짙게 바르고 나서면 외로움이 생길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부터 나는 두려움 없이 마구 사랑해야겠다. 마구 고백해야겠다. "왜 이래? 징그럽게?" 해도 미친 척, 그냥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