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워 죽겠네

by 세인트

암내가 지독한 총각이 있었다. 그 때문에 나이가 들도록 장가를 못 갔다. 사람들이 모두 걱정을 했다. 하루에 세 번을 씻으라든가, 향수를 뿌려보라든가. 별별 짓을 다해봤지만 선만 보면 처녀들이 코를 쥐고 도망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암내 총각은 누가 봐도 탐이 날 어여쁜 처녀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궁금하여 처녀에게 물었다, 괜찮으냐고. 어여쁜 처녀가 꽃같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 축농증이에요".


동네 철물점 주인은 암내가 장난이 아니다. 처음부터 내게 반말을 했다. 나보다 늙었다는데 굳이 뭐라 할 필요가 없어 그러려니 했다. 한 번은 축농증이 있을지 모르는 그의 아내에게 물으니 그의 나이가 나보다 4살이나 어리다. 가만 보니 반말이 습관이다. 내게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저러다 어떤 놈에게 된통 걸려 싸대기 한 대 맞겠다 싶은데 동네 사람들이 다들 착해 그냥 두는 것 같다.


아침에 급한 일이 있어 뭘 사러 갔더니 문을 열자마자 난로의 온기에 섞인 뜨뜻하고 들큼한 암내가 훅 풍겨 나온다. 가능한 가늘게 숨을 쉬며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좌파 정부 때문에 건설경기가 죽어 나라가 망한다고 화를 낸다. 지역구 의원에게는 많이 들어본 욕과 처음 듣는 신종 욕을 섞어 욕잔치를 한다. 더 이상 욕을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라기보다 숨을 참기 어려워 얼른 나왔다. 제주해녀처럼 숨을 오래 참을 수 있었다면 "그래도 그 의원은 씻고는 다닐 거다"라고 해주고 싶었으나.


사상이나 종교가 달라 전쟁이 벌어진다. 냄새 난다고 적으로 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안 씻어서 냄새나는 사람과 포옹할 수는 없다. 김정일과 김정은도 냄새가 안 나니 우리나라 대통령 두 분씩이나 가서 포옹을 한 거 아니냐.


철물점 주인의 정치 성향이 어느 쪽이든 일단은 좀 씻어 냄새가 안 나면 좋겠다. 그러면 한동네 단골손님으로서 다정히 얘기도 나눠볼 텐데, 숨을 참고서야 할 수가 없지 않은가. 그도 내게 누군가 알아줬으면 해서 아침부터 욕을 욕을 하며 화를 냈던 것일 텐데.


그래서 만민에게 청하노니, 누군가와 정치 얘기를 하려면 먼저 깨끗이 씻어 내 몸의 냄새를 없애기를. 그도 힘들면 최소한 양치라도 하기를.


차라리 축농증 걸리는 게 낫지, 얘기 좀 들어주려 해도 이거 원, 드러워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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