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 장필순 (Onstage Plus)
https://youtu.be/2GWFpQbaLRM?si=KWDG0RVoCuDWJPNo
낮은 조명, 익숙한 피아노의 짧은 전주, 저음의 첼로, 부드러운 말렛으로 깨우는 심벌. 이런 구성이 방안에 따뜻한 공기를 만들어 이 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감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런 구성 덕분에 오디오의 동작 버튼으로 인해 음악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흐르고 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장필순은 그 흐름 안으로 들어와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요. 노래를 시작한다기보다 이미 흐르고 있던 음악에 목소리를 더한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장필순의 대표작. 이 노래를 얼마나 오래 불러왔을까요. 90년대 한국 음악을 떠올리면 장필순은 그 시절 유명가수라는 이름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앞에 나서기보다 곁을 지키는 목소리, 그러나 그 곁이 있었기에 많은 뮤지션들의 노래들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던 시간들. 그가 남겨준 안개 같은 목소리, 그 '소리의 기준'이 90년대를 기억하게 합니다.
Onstage Plus의 이 버전은 그 기준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원곡의 담백함은 유지되지만
편곡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기타 중심의 직선적인 구조 대신 첼로가 공간을 채우고, 말렛 드럼이 박자를 세기보다 호흡을 정리하지요. 이 편성 덕분에 노래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외로움은 갑자기 밀려오는 감정이 아니라 이미 오래 함께 있었던 상태처럼 들립니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 장필순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여전히 서두르지 않습니다. 이미 몸에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연주에서는 노래를 ‘해석한다’는 느낌보다 노래와 나란히 걷고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이 곡을 만든 조동익의 음악세계도 이 무대에서 성격을 분명히 드러납니다. 듣는 사람의 감정이 노래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남깁니다. 그래서 장필순의 목소리는 앞서 나가지 않고, 편곡의 결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지금 두 사람은 제주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는데, 이런 물리적인 공간도 이 공연의 인상과 겹쳐집니다. 더 넓은 곳으로 가기보다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려는 선택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이 연주는 그 선택이 음악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편해지고 음악적으로도 훨씬 너그러워지는 것이죠.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는 여전히 외로움을 노래하지만 이 버전에서 외로움은 더 이상 슬픔은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첼로의 낮은음과 드럼의 둥근 소리 속에서 그 감정은 다룰 수 있는 상태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상은 추억을 호출하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 노래와 함께 어떻게 시간을 함께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잘 알려진 노래를 통해, 노래가,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세월과 함께 어떻게 더욱 깊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이 노래를 골랐습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오래 남는 것, 이 영상의 연주가 가진 힘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수필/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