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bras para Julia

훌리아에게 주는 시

by 세인트

Palabras para Julia - Paco Ibáñez (시: José Agustín Goytisolo)

https://youtu.be/Sa7T72nWa_A?si=V1jEgXcFNO1KVQBa

너무나 유명한 스페인의 '저항가'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를 처음 들으면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의 저항가가 대부분 군가풍의 힘찬 멜로디를 갖고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타는 조용하고 목소리도 높지 않습니다. 분노의 노래가 아니라 시를 낭송하듯 차분합니다.


훌리아에게 보내는 편지, 또는 훌리아에게 보내는 말 등으로 번역하는 이 노래 <Palabras para Julia>는 호세 아구스틴 고이티솔로가 자신의 딸 ‘훌리아’를 떠올리며 쓴 시입니다. 그런 점에서 훌리아에게 주는 시로 읽는 게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이 시는 선언문이 아니라 편지와 같은 느낌입니다. 세상을 바꾸라는 명령 대신 살아남으라는 당부가 반복되지요. 그래서 이 노래는 투사의 구호라기보다 딸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삶은 어렵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삶에서 “넘어질 것이다.”하는 가능성도 피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시는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La vida es bella ya veras

생은 아름다운 것, 너도 이제 알게 될 거야

Como a pesar de los pesares

고통에도 불구하고

Tendras amigos, tendras amor,

친구들을 만날 것이고, 사랑도 만난다는 것.

Tendras amigos...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No se decirte nada mas,

더 이상 네게 뭐라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Pero tu debes comprender,

하지만 너는 이해할 수 있을 거야

Que yo aun estoy en el camino,

나 역시 아직 길 위에 있는 존재란 걸

En el camino.

걷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희망을 강요하지 않고 다만 건네줍니다. 파코 이바녜스는 이 시를 노래로 바꾸면서도 그 말투를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기타는 시를 이끌지 않고 시 옆에 앉아 리듬은 분명하지만 시를 앞서 나가지 않습니다. 시와 음률이 마치 하나같이 흘러갑니다. 그래서 가사가 노래에 실리기보다 그대로 들려옵니다.


이 점이 중요하게 생각됩니다. 파코 이바녜스는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에 저항한 상징적인 뮤지션이고 그 엄혹한 독재의 시대를 통과하며 검열과 추방을 겪어 노래는 정치적 맥락 속에서 불려졌지만 그럼에도 이 곡에서 파코는 투사가 되지 않습니다. 마치 김민기가 아침이슬을 만들었으나 스스로 그 노래가 저항을 상징하지는 않았다고 말한 것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연설하지 않고, 청중을 설득하려 들지도 않습니다. 대신 아주 사적인 거리에서 한 사람, 그것도 자신의 딸에게 말을 걸지요. <Palabras para Juli>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도 아마 그 거리감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노래는 막연한 희망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지요.


그래서 이 노래는 분명 역사 속에서 탄생한 곡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노래 자체가 시대를 구체적으로 떠오르게 만들지 않습니다. 1960년대의 스페인도, 검열과 탄압의 장면도 드러내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것은 훌리아와 같은 딸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노래의 희망은 밝아서가 아니라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지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고도 그 안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기 때문일 겁니다. 파코 이바녜스의 노래에는 이런 특별한 균형이 있습니다. 반항적이면서도 서정적이고, 단호하면서도 부드럽습니다. 기타는 강해지지 않고, 목소리는 끝까지 절제됩니다.


그래서 이 곡은 투쟁의 노래라기보다 버텨내는 노래지요. 마지막까지 높아지지 않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 노래는 군중을 끌어올리기보다 한 사람의 조용히 이끄는 방식으로 선택했습니다.

<Palabras para Julia>는 희망을 약속하지 않는 대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하나씩 보여주는 것이지요. 살아남는 것, 계속 걷는 것,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저항의 노래가 이토록 조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는 것. 이 노래는 그걸 아주 증명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난날 스페인의 군부독재에 항거하기 위한 노래였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삶의 힘든 순간마다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따뜻한 친구의 목소리 같은 노래가 아닐까 해서 이 노래를 권합니다.(수필/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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