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Match - The Style Council / 보컬: Tracey Thorn
https://youtu.be/uAdal53PKmk?si=s_MD8D2yuoxrdtIm
이 노래는 제목부터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습니다. <The Paris Match>.
스포츠 경기의 긴장된 승부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파리라는 도시가 가진 이미지, 또는 'Paris Match'라는 유명하고 세련된 잡지의 이름 같은 이미지일 수도 있겠네요.
이들은 이름 그대로 ‘스타일’을 음악의 전면에 내세운 그룹이었고, 이 곡은 그 선언에 가장 충실한 결과물입니다. 특히 게스트 뮤지션으로 참여한 Tracey Thorn이 노래한 이 버전은 원곡보다 속도를 늦춰서 그 차이가 곡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경쾌한 팝의 선 대신 느린 스윙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매력적인 스윙리듬은 파리의 밤처럼 유영합니다. 이런 편곡 덕분에 <The Paris Match>는 달콤하면서도 퇴폐적인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그럼에도 Tracey Thorn의 목소리는 낮고, 표정은 차분합니다. 열정적인 창법보다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한 박자 늦게 말을 걸지요. 그래서 이 노래는 사랑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도회적인 태도를 노래하는 곡처럼 들립니다.
이 곡이 매력적인 이유는 화려함이 아니라 정제된 세련미 같은 것 때문인데요, 사운드도 과하지 않고, 편곡도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모두 “이 정도면 충분해”하는 거리를 두고 멈춥니다. 그 거리감이 이 곡을 더욱 관능적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를 영상으로 상상하면, 카메라는 항상 약간 떨어진 위치에 있는 듯합니다. 클로즈업 대신 전신을 보이고요. 그래서 이 곡에는 젊은 열기보다는 성숙한 여유가 흐릅니다.
이 그룹의 도회적인 감각은 국경을 넘어 일본의 시티팝 그룹 'Paris Match'에도 영향을 주어서 자신들의 이름을 이 곡에서 가져오기도 했는데요, 우연이 아니지요. 도시의 밤, 세련된 감각, 달콤한 로맨스... 이 노래가 품고 있는 정서가 다른 문화권에서도 자연스럽게 번역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Tracey Thorn이 노래하는 The Style Council의 <The Paris Match>는 과거의 유행을 재현하지 않고
그 시대의 도시적 감각을 지금도 유효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들을 때면 ‘80년대’라는 시간보다 ‘도시’라는 공간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것도 늦은 밤 방금 그친 비에 촉촉이 젖은 파리의 거리 같은.
이 음악에는 젊음을 증명하려는 조급함도 없고, 과거를 미화하려는 태도도 없습니다. 그저 잘 차려입은 사람처럼 자기 리듬을 유지하지요. 속도를 늦춘 스윙 위에서 Tracey Thorn의 목소리는 이 노래가 어디까지 갈지
이미 알고 있는 듯합니다.
<The Paris Match>는 화려한 사랑을 말하지 않고 사랑을 둘러싼 분위기와 거리, 그리고 스타일을 남깁니다.
이 노래를 고른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멋을 낸다는 건 더 많이 드러내는 게 아니라 어디서 멈출지를 정확히 아는 것일 텐데, 이 곡이 그것을 아주 우아하게 증명하고 있거든요.(수필/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