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poya (철도원)— 오오누키 타에코 & 사카모토 류이치 (앨범: UTAU)
https://youtu.be/ijzCZ3mjEzk?si=vW9jM3WIfW0S29Am
피아노가 몇 개의 음을 놓고, 그 사이에 시간이 생깁니다. 그 틈을 따라 오오누키 타에코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정제된 류이치의 담백한 피아노 건반 사이에 타에코의 목소리가 얹히는 것 같습니다. 타에코의 목소리도 노래하는 것 같지 않고, 마치 한 음 한 음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느낌입니다.
일본영화 '철도원'을 위해 만든 곡이지만 영화를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열차가 오고 가는 풍경도, 극적인 이별도 직접 꺼내지 않습니다. 모든 사건이 지나간 뒤 남아있는 텅 빈 역이 그려지지요. 말로 옮기지 못한 선택들,
되돌릴 수 없음을 받아들인 이후의 시간,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는 연주라기보다 또박또박 기록을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화려한 연주보다 음 하나하나에 이미 충분한 무게가 싣고서요.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만나러 가세요
저 산을 넘어서
지금 바로로 만나러 가시나요
고민이 있다면 여행을 떠나세요
마음을 단련하여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세요
오오누키 타에코의 목소리 역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시간이 지나며 생긴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그건 발음은 또렷하지만 기교를 강조하지 않고, 감정은 분명하지만 설명조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피아노의 음에 맞춰 단어 하나하나를 꺼내 놓아두는 것 같습니다. 노래가 아닌 시를 암송하듯이요.
이 곡이 담긴 UTAU 앨범 전체가 그렇듯 이 곡의 편성은 극도로 단순합니다. 오직 피아노와 보컬,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숨길 수 있는 곳도 없고요. 모든 소리는 그 자체로 드러납니다. 이 단순함이 결핍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두 사람이 서로의 음악을 너무 오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두 사람은 이미 30년이 넘도록 수많은 음반을 함께 제작했으니까요.
이 곡에는 클라이맥스라 부를 만한 순간이 없습니다. 대신 곡이 끝날 때쯤 하나의 삶을 다 보고 나온 듯한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해서가 아니라, 그 열차를 평생 바라보던 사람이 하루를 마감하는 장면처럼 말이죠. 이 <철도원>을 듣고 있으면 음악도 사람처럼 시간을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을 때는 말이 많았던 음악이 이제는 필요한 말만 남기는 단계에 들어선 것처럼요.
이 노래가 주는 감정은 살아온 시간 전체를 한 번에 받아들이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UTAU 앨범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서로를 잘 아는 두 사람이 굳이 이런 저건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서 함께 만든 음악이기 때문이지요. 마치 말이 없어도 편한 친구 같다고 할까요.(수필/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