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문다. 브런치 한 김에, '새해의 각오' 같은 걸 써보면 아무렇게나 살지 않고 뭔가 '야물딱지게' 계획적으로 사는 건실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해서 생전 안 쓰던 각오 비슷한 글을 써본다.
한해의 끝에서 난데없이 브런치라는 것을 시작해 놓고,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의심을 잔뜩 품고 지켜보고 있다. 그럼에도 하루에 적게는 하나, 많게는 세 개까지 글을 써 올리고 있으니 이게 뭔 일이냐, 나같이 게으른 자가. 진즉에 이렇게 부지런했음 삼류 무협지나 에로소설 작가는 됐을 텐데.
저는 잘 쓰는 줄 알지만, 나는 절대 인정 않는 여자 후배가 있는데, 곰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한 때 에로 비디오 시장에서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가 됐었다. 이놈이 글감만 떨어지면 내게 뭔 야릇한 얘기 좀 알려달라고 떼를 부려, 니 신랑 한데 묻지 그러냐, 하면 그런 걸 남편한테 어떻게 묻느냐, 슨배가 좀 알려달라, 술까지 사줘서 나는 피교육자 집안의 가풍을 무시하고 할 수 없이 있는 얘기 없는 얘기를 해줬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들려준 얘기로 만든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보내 줬다. 그거 보면서 비록 에로비디오지만 글이 영화로 나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글로 안 되는 부분까지도. 신음소리를 A4용지 가득 글로 써봐야 비디오 한 장면만 하겠는가.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 나온 지 수십 년인데, 이제는 비디오가 아니라 AI가 죽이고 있다. 새해에는 그놈에게 어떻게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까 고민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아무리 비디오가, AI가 나를 죽이려 해도 나는 라디오를 사랑하고 글을 사랑, 아니 사랑할 능력밖에 없는 자이므로.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