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irway to Heaven

by 세인트

Stairway to Heaven (Live at Kennedy Center Honors) - Heart

https://youtu.be/LFxOaDeJmXk?si=nXaTivI4EK2iAkbh

Stairway to Heaven (Live at Kennedy Center Honors) - Heart

레드 제플린의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쩌면 이 글의 제목만 보고 이미 잘 아는 노래인데 읽을 내용이 뭐가 있겠어? 하고 지나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노래를 다시 골랐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너무 유명해서가 아니라, 너무 유명한 노래가 어느 날 갑자기 '명곡'을 넘어 한 시대의 예절이 되는 순간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보통 전설을 다루는 무대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쪽, 다른 하나는 전설을 박제해서 박물관 진열장에 올려놓는 쪽이지요. 그런데 이날의 <Stairway to Heaven>은 둘 다 아니었습니다. 그건 재현도, 박제도 아닌 '그들이 남긴 시간을 우리가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장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곡을 다시 '듣는' 게 아니라, 그 곡을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노래를 좋아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지요.


레드 제플린은 그들의 데뷔 앨범의 디자인처럼 어느 날 구름을 뚫고 불쑥 나타나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위험하게 빛났던 밴드입니다. 동시에 가장 단호하게 스스로를 멈춘 밴드이기도 하지요. 드러머 존 본햄이 떠난 뒤 그들은 곧바로 비행을 멈췄습니다. 유명해지면 더 오래, 더 크게, 더 많은 것을 꿈꾸지만 이 밴드는 전설의 명성을 끌어다 쓰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지키기 위해 멈추고, 친구의 죽음에 멈춘 것이지요. 그 선택이 있었기에 훗날 누군가가 이 노래를 다시 부를 때 '리메이크'가 아니라 '헌정'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헌정은, 음악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음악보다 먼저 사람으로 시작합니다. 존 본햄을 기억하는 거지요. 드러머는 존 본햄의 아들 제이슨 본햄입니다. 그가 등장하자 아버지의 옛 동료들이 만면의 웃음을 지으며 반가워합니다. 그에게서 죽은 친구를 기억하고 또 그의 아들이 아버지 못잖은 명 드러머가 된 것에 대한 반가움 같은 게 아닐까요. 이것이 그냥 감동 포인트로 소비될 수도 있는데, 이날만은 다르게 보입니다. 누군가가 부재의 자리에 예의를 갖추고 앉아 있는 느낌이거든요. 악기 하나가 바뀐 게 아니라 ‘자리의 의미’가 바뀐 것이지요.


하지만 잊지 못할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 곡이 중반을 지나, 익숙한 기타 리프가 한 번 숨을 고르는 사이 그때 뒤쪽 커튼이 올라가며 합창단이 등장하죠. 그 장면을 그저 와! 하는 스케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부족합니다. 그건 크기가 아니라 기운이 바뀌는 순간이거든요. 앞에서는 밴드의 명곡이었는데, 커튼이 올라간 뒤에는 갑자기 '모두의 노래'가 됩니다. 그리고 그 합창단이 모두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이 더 깊게 내려앉지요.


그 모자는 바로 생전의 존 본햄의 상징과도 같던 보울러 햇(bowler hat), 앞서 그의 아들도 쓰고 나왔던 바로 그 모자입니다. 이건 바로 존 본햄,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상징입니다. 헌정공연답게 우리는 오늘 당신들의 한 사람까지 기억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여기서 관객들은 박수 치는 타이밍을 잠시 잊습니다. 멋있어서가 아니라, 숙연해져서요.


순간 젊은 날 사자처럼 포효하던 로버트 플랜트의 눈가가 촉촉이 젖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감동으로 울컥했다지만 어쩌면 감동이라기보다 확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 우리도 그 시간을 살았고, 그 시간은 이렇게 기억되는구나.” 하고요.


객석의 다른 얼굴들도 이 무대를 더 의미 있게 만듭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앉아 있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고, 요요 마 같은 첼로의 거장이 깊게 빠져드는 표정은 또 다른 상징입니다. '록이 고급문화가 됐다' 같은 빤한 말이 아니라, 그 반대로 고급과 대중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거든요. 이날만은 누구도 ‘장르’를 대표하지 않고 모두 하나의 명곡 앞에 마음이 움직이는 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게 바로 '시대'라는 말이 가능해지는 지점입니다. 음악이 시간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음악 앞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시간을 상징하는 것이니까요.


사실 이 노래는 너무나 유명해서 우리가 종종 노래를 ‘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멜로디를 아는 것을 이해로 착각하고, 기타 리프를 흥얼거릴 수 있는 것을 경험으로 착각하지요. 그런데 이날의 무대는 그 착각을 깨게 합니다. "당신은 이 노래의 멜로디는 알겠지만, 오늘은 이 노래가 사람들을 어떻게 묶는지 알게 될 거야.”하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새삼 <Stairway to Heaven>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어 집니다. 이건 레드 제플린의 명곡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라 전설이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 전설을 사랑한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기억이 결코 낡은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요.


'유명해서'가 아니라, 유명한 노래가 어떻게 ‘예절’이 되는지 보여주는 공연으로 <Stairway to Heaven>을 다시 듣습니다.


사족 : 이 공연의 기획자가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지, 뒤의 합창단의 높이가 나란하지 않고 중간이 봉긋 높지요. 모자의 모양을 그대로 흉내 냈을 뿐 아니라 일반적인 합창단의 모습처럼 일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자유로움을 드러냅니다. 또 앞의 백보컬들에게도 각자에게 모두 마이크를 쥐어주어 개별로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요. 곡 하나에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은 기획자에게 아낌없는 경의를 보내고 싶습니다.(수필/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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