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LIFE - 3호선 버터플라이

by 세인트

EX-LIFE - 3호선 버터플라이

https://youtu.be/FrtTMqSmKDY?si=ujqJ2qiHsbiUaqy8

EX-LIFE - 3호선 버터플라이


'따로 또 같이'가 씨앗을 뿌린 자리에, '들국화'가 피었다 사라지고, 그 공허감을 메우며 피아난 크라잉넛, 노브레인, 허클베리핀, 언니네 이발관, 델리 스파이스, 미선이... 기억해야 할 인디밴드들입니다. 거기에 또 하나, 3호선 버터플라이가 있지요. 90년대 중반 홍대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이른바 1세대 인디밴드들이 주로 록이나 펑크를 연주하던 것과 달리, 3호선 버터플라이는 실험적이고 몽환적인 사운드로 다소 '거칠다'는 인식을 주었던 인디씬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 그룹입니다.


그 시절 들끓던 홍대 앞의 공기, 불안과 낭만이 같이 섞이던 밤, "지금 이 소리를 끝까지 붙잡고 가도 될까?” 같은 망설임까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밴드. 그래서 1세대 한국 인디 밴드들이 어느새 중년이 된 지금도 이들의 음악은 과거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형입니다.


이 곡은 3호선 버터플라이가 2017년에 공개한 4번째 정규 앨범 수록곡인데요, 팀의 리더인 기타리스트 성기완이 탙퇴하고 기타 사운드 대신 신시사이저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중심이 된 작품입니다. 3호선 버터플라이라는 이름이 가진 어떤 정서, 기타, 노이즈, 도회적인 사운드. 이미 잘 안다고 믿는 사람에게 이 <Ex-Life>는 질문을 던지는 곡입니다. 그 정서가 악기 하나로 결정되는 걸까? 리더의 기타가 빠져도 밴드의 성격은 남는 걸까? 같은것들입니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2019년 20주년을 맞아 ‘잠시만, 안녕’이라는 공연을 한 뒤 사실상 긴 휴식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배경에는 이 팀의 성격을 오롯이 드러내는 프런트우먼 남상아가 프랑스로 떠난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난 2025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가 다시 관객 앞에 섰습니다.


<Ex-Life>는 가사 첫 줄부터 돈 냄새가 납니다. “숫자는 그림” 이 첫 문장이 노래 전부를 말합니다. 숫자는 현실인데 그림이고 잡히지 않는 가짜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가벼운 주머니, 마음을 무겁게만 만든다” 고 털어놓습니다. 이건 현실의 체감이지요. 통장 잔고가 사람을 심리 상태로 바꿔놓는 경험. 사랑이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문장을 붙여놓는 표현도 날카롭습니다. 현실과 이상이 서로를 힘들게 만드는 순간이 있는데요, 이 <Ex-Life> 힘든 현실을 감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곡의 제목이자 후렴처럼 반복되는 말은 "나의 <Ex-Life>"입니다. 이 “Ex”라는 접두어가 참 잔인한데요, 전 애인, 전 직장, 과거의 전성기 같이 이미 지나간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게 완전히 과거가 아니어서 계속 나를 붙잡고 있는 상태로 느끼게 합니다. 이것을 단순히 ‘이전의 삶’이라고 해석하는 게 아닙니다. <Ex-Life>는 딱 그 애매한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미 끝났다고 말하고 싶지만, 끝나지 않은 것처럼 계속 따라오는 삶이지요.


사운드는 신시사이저의 몽롱한 질감으로 채우고 남상아의 보컬은 한층 더 퇴폐적입니다. 이 '퇴폐'는 '온도'를 말하는 것인데요, 땀과 네온이 섞인 공기, 마음이 헐거워진 상태, 이런 것들이 한 톤 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이 곡에는, 사운드가 바뀌어도 3호선 버터플라이의 핵심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멋'이 아니라 생활의 진실 같은 것. 돈, 사랑, 후회,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정말 내 삶이 맞나?"같은 질문. 그런 질문을 예쁘게 만들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태도. 그게 3호선 버터플라이라는 이름이 오래 새겨진 이유일 겁니다.


인디라는 말은 종종 ‘덜 알려진’이라는 뜻으로만 소비되지만, 인디가 만드는 건 유행이 아니라 시간이지요. 유행은 빠르게 지나가고, 시간은 몸에 남습니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그 몸의 시간을 들려준 팀었는데요, 지난해 펜타포트 무대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이 반가워한 건 단지 추억이 돌아온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형’으로 설득했기 때문입니다.


<Ex-Life>는 그 현재형을 더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주머니가 가벼우면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문장을 노래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겁니다. 혹 만들 수 있어도 끝까지 멋있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더 적겠지요. 남상아는 그걸 해냈습니다. 이 곡은 인디의 낭만뿐 아니라 인디의 노동과 삶까지 함께 남깁니다. 그래서 한국 인디밴드에 대한 헌사의 의미로 이 곡을 골랐습니다.(수필/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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