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 to Fly (Foo Fighters) - Rockin'1000
https://youtu.be/QZarDXvcJEU?si=NISh_dq2BiTFJ2hN
Foo Fighters의 <Learn to Fly>는 소개할 게 더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 알려진 곡이지요. 그런데 오늘은 노래가 아니라, 이 노래를 ‘도구’로 도시 하나를 움직인 아이디어를 얘기하려고 합니다. 이게 바로 'Rockin’ 1000'의 출발점이었으니까요.
시작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체세나(Cesena)였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밴드를 우리 동네로 부르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보통은 기다릴 수밖에 없지요. 투어가 오기를, 기적이 일어나기를. 그런데 파비오 자파니니(Fabio Zaffagnini)라는 사람은 기다리고만 있기 싫었습니다. 2014년에 이 계획을 세우고, 그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해서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여기서부터 발상이 록스럽습니다. “표를 사서 보자”가 아니라 “우리가 먼저 연주해서 초대장을 만들자.”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그만 도시에서 투어를 와달라는 초대장쯤 Foo Fighters는 무시하거나 잊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초대장이 종이 한 장이 아니라 1,000명의 소리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는거지요. 그 정도 되면, 그건 ‘요청’이 아니라 즐거운 '협박'이나 ‘사건’이 되거든요.
문제는, 1,000명이라는 숫자가 그냥 엄청난 숫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밴드 한 팀 맞추는 것도 쉬운 일 아닌데, 1,000명을 연습시키고 박자를 맞추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음악 실력을 자랑하는 것을 넘은 놀라운 기획 능력일 겁니다. 이를 위해 자파니니 팀은 수천 개의 지원 영상을 검토해서 기타·보컬·드럼·베이스 등 파트를 나눠 선발했고, 크라우드펀딩으로는 약 4만 4천 유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7월 26일, 체세나의 파르코 이포드로모(Parco Ippodromo)에 모여 <Learn to Fly>를 동시에 연주합니다. 이 영상이 바로 그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감동적인 것은 '엄청난 연주'가 아니라 '엄청난 표정'입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이 영상을 고른 것이고요. 누군가는 박자를 맞추느라 이를 악물고, 누군가는 옆 사람 눈치를 보면서도 끝까지 따라가고, 누군가는 후렴에서 그냥 웃어버립니다. 완벽함보다 더 크게 보이는 게 있어요. ‘나도 여기에서 한몫한다’는 확신.
그게 록이 가진 강한 힘 아닐까요? 실력 순서대로 줄 세우지 않고, 참여한 사람을 전부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 힘입니다.
영상은 화제가 됐고 수천만 조회를 기록합니다. 결국 Foo Fighters가 오지 않을 수 없지요. Foo Fighters의데이브 그롤은 그 영상이 '눈물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2015년 11월 3일, Foo Fighters는 실제로 체세나에서 공연을 했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이 미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계속 조립되는 거대한 밴드로 진화합니다. 이 락킨 1000은 1,000명 이상이 동시에 연주와 합창하는 'Rockin'1000' 프로젝트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큰 밴드’라는 별칭을 얻게 됩니다. 이후 이 프로젝트는 유명한 록의 명곡들을 연이어 연주하며 이른바 '로큰롤은 영원하다'는 말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락킨 1000의 이런 성공은 사람들에게 공연 티켓을 준 게 아니라 ‘역할’을 준 것이지요. 관객으로 남지 말고, 무대에 올라오라는 이 한마디가 사람을 움직였고, 그게 곧 확장입니다.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가 올해 2026년 1월 31일에는 미국 뉴올리언스의 Caesars Superdome 공연을 예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락킨 1000은 이제 '세계의 도시가 참여하는 밴드'가 된 셈이지요. 그리고 '떼창'이라면 우리나라 록팬들이 가히 세계 최고라는데, 가까운 날 서울에서도 락킨 1000이 열릴 것을 기대해 봅니다.
좋아하는 밴드를 부르기 위해 1,000명이 악기를 들었고, 그 1,000명 때문에 전설이 직접 찾아왔고, 그 방식은 지금도 계속 복제되면서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록이 영원한 이유를 굳이 멋진 문장으로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직도 "나도 함께 할게'라고 손을 드는 음악, 그게 록이 아닐까요?
사족 : 오랜 전 모 지역의 음악창작소 기획자로 있을 때 전국의 아마추어 밴드를 모아 신중현의 미인을 이처럼 해보면 어떨까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지자체의 예산 등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지만요. 누군가 대신 해봤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한국적인 '락킨 1000' 될 수 있지 않을까 백일몽을 꿉니다.(수필/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