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Cold War ost
영화 '콜드 워 (Cold War)'의 삽입곡 <Dwa serduszka(두 개의 심장)>입니다.
영화는 1950년대 냉전시대 폴란드가 배경입니다. 폴란드 민요를 수집하러 지역을 다니던 빅토르가 그 과정에서 만난 이레나와 정치적 억압 속에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하게 되는 비극적 서사를 담았습니다. 이 영화는 연인 사이의 감정선과 함께 두 사람이 사랑한 음악이 개인과 시대를 어떻게 관통하는지를 보여주지요.
감독 파벨 파블리코프스키는 “음악은 이 이야기 전체의 성령과도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음악을 영화의 또 하나의 인물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놓인 곡 중 하나가 폴란드 전통 민요 <Dwa serduszka(두 개의 심장)>입니다. 이 노래는 영화 속에서 줄곧 재현과 변주를 거듭하며 등장합니다. 빅토르와 동료들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골을 돌아다니며 민요를 채집하는 초기 장면에서 소박하게 소개됩니다. 이후 이 멜로디는 이레나가 합창단에서 부르는 곡으로, 파리의 클럽에서는 빅토르가 즉흥 연주에 끌어넣는 재즈풍의 피아노로, 이레나가 같은 클럽에서 부르는 노래로 영화에 담습니다. 이렇게 한 곡이 여러 맥락으로 재배치되는 방식은 영화가 음악의 장소성과 시간성을 이야기하려는 의도겠지요.
폴란드어 가사는, '두 개의 작은 심장, 네 개의 눈이 낮에도 밤에도 울었습니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영어권 포크 음악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동유럽의 슬라브 민요는 정서의 지속과 반복을 통해 하나의 감정을 오래 머물게 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그 반복의 성격이 곡의 긴장과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영화가 이 곡을 여러 번 다르게 배치하는 것은 바로 음악으로 인물의 상황을 드러내려는 때문입니다. 이레나가 합창단에서 부를 때는 민요가 독재 체제 안의 ‘공적인 음악’으로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빅토르가 파리에서 이 즉흥 연주를 할 때는 같은 노래가 개인의 기억과 감정의 흔적으로 남습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한 노래가 어떻게 공적 서사와 사적 서사의 경계를 오가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지요.
이레나 역의 조안나 쿨리그는 이 곡을 더빙이 아닌 실제로 여러 버전으로 불렀고, 연습 과정에서 민속 합창단과 함께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음악이 인물과 분리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때문에 흔히 차용하는 영화의 삽입곡과는 다른 깊이를 줍니다.
또 이 영화는 음악을 단지 감성적인 장치로만 쓰지 않습니다.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음악은 정치적 장치가 되고, 가족적이고 사적인 정서가 때로 ‘국가가 공식화한 음악’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파리에서는 ‘사적인 밤의 음악’으로 확장되지요. 그래서 <Dwa serduszka>가 프랑스어 버전 'Deux Coeurs'가 되는 장면에서는 같은 멜로디에도 노래의 맥락과 의미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 맥락의 차이 때문에 이 곡을 골랐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의 라디오 팝음악 프로그램은 대체로 영어권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그 영향으로 동유럽 음악의 정서적 깊이와 독특함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편입니다. 냉전 시기에는 문화적 교류가 제한적이었고, 빌보드차트를 이른바 '성서처럼' 받들던 진행자들의 좁은 음악적 관심으로 다른 지역의 음악이 전파될 기회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사적인 경험이지만, 냉전시대의 동유럽이나 소련은 '악마'의 나라로 교육받은 탓에 그들의 음악은 관심도, 또 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뻬레스트로이카로 개방되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들어온 소련 영화가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였지요. 영화 속에 젊은 남녀들이 소풍을 나가 부르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라'. 그간 들었던 서구의 대중음악과는 너무나 색다르고 서정적인 곡이었습니다. 이후 동유럽 또는 슬라브 음악에 대한 호기심에 어렵게 찾아들었던 기억들도 이 음악을 고르는 계기가 됐습니다.
동유럽 민요는 대체로 단순한 멜로디가 오래 지속되는 구조를 갖는데요, 그것은 ‘감정의 흔적’이 오래 남게 합니다. <Dwa serduszka>도 같은 가사와 멜로디가 반복되면서 듣는 이의 감정을 바로 해소시키지 않습니다.오히려 오래 붙들고 반복하면서 감정의 무게를 전달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이 노래를 골랐고요, 낯설지만 그 소박함 때문에 금세 심장에 닿는 음악이 될 것이라 여깁니다. (수필/음악)
*위의 링크가 안열리는 분들을 위해 아쉽지만 재즈버전만 담긴 링크 추가로 올립니다.
https://youtu.be/YIlTSOvBTiE?si=uMUlGV8W139r7eOP
*영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중 '알렉산드라' 입니다.
https://youtu.be/Wo7Q7lEsnsI?si=5cL-421l6XBR4N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