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시간이 가장 좋은 시간 - Bach

by 세인트


Lucas & Arthur Jussen – Bach: Gottes Zeit ist die allerbeste Zeit, BWV 106: 2a (Transcr. Kurtág)

https://youtu.be/2rUsZlXFhcc?si=b3LU9c50xcMhGJpw.

Lucas & Arthur Jussen – Bach: Gottes Zeit ist die allerbeste Zeit, BWV 106: 2a (Transcr. Kurtág)

연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공연장의 공기가 달라지는 음악이 있지요. 청중의 마음이 먼저 준비되게 하는 음악,바로 이 곡, 루카스와 아르투르 유센 형제가 연주하는 바흐의 'Gottes Zeit ist die allerbeste Zeit, BWV 106'입니다. 소품이지만 그 안에는 서두를 이유가 없는 평화롭고 넉넉한 시간이 고요하게 펼쳐집니다.


이 곡의 원래 제목을 그대로 옮기면 '주님의 때가 가장 좋은 때'라는 의미입니다. 종교적 문장이기는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신앙의 고백이라기보다 자신을 겸손하게 내려놓고 완전히 받아들인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 으로 여겨도 될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더 바라지도, 되돌리려 하지도 않는 순간이지요. 그저 지금도 삶이 충만하다고 느끼게 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곡입니다.


바흐의 음악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온 이유도 아마 이런 감각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고전의 규칙과 정돈된 질서가 현대적인 자유분방함과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때문일 겁니다. 일종의 단단한 구조가 주는 안심이나 위로 또는 평화 같은게 아닐까요.


유센 형제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이 음악이 지닌 질서와 평온이 더 또렷해집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무대에 서 온 형제 피아니스트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연주를 시작하기 위해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음악처럼 보입니다. 누가 앞서거나 강조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춰지는 관계. 그래서 바흐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이 조용한 균형감 덕분에 과장 없이 드러나는 느낌입니다.


특히 이 곡의 편곡은 쿠르탁의 손을 거치면서 원곡의 영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은 채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으로 재탄생되었는데요. 원래는 바흐의 초기 작품인 'Actus Tragicu's , 즉 '비극적 장례'라는 장례곡입니다. 그러니 제목이 말하는 '주님의 시간'이란 죽음을 슬픔으로만 보지 않고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신비의 시간을 뜻하는 것이지요.


선율은 단순하고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은 넓습니다. 그 간격 안에서 음악은 서두르지 않고 숨을 쉬며 그에따라 듣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위로라는 것이 사실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도 할 수있을 겁니다. 그것을 이 짧은 음악이 조용히 알려주는 것이고요.


특히 이들은 지난 2024년 8월 예술의 전당 국제음악제에서 앙코르 곡으로 이 작품을 연주해 청중들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앙코르는 화려하거나 감정이 크게 남는 곡이 선택되기 마련인데, 이처럼 고요한 바흐의 작품을 마지막에 놓았다는 건 아마도 연주자들이 관객에게 남기고 싶었던 감정이

환호보다 평안이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됩니다.


공연이 끝난 뒤 마음이 조금 더 차분해지는 경험을 갖는 기회가 많지 않지요. 클래식 연주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바라는 건 어쩌면 이런 '잘 정돈된 음악의 세계' 안에서 혼란보다 질서가, 감정보다 구조를 느끼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질서 속에서 더 깊은 위로받게되지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느낌, 세상이 혼란스럽기는 해도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확신. 바흐를 들을 때 찾아오는 평온은 아마 그런 종류의 안도일 것입니다. 유센 형제가 들려주는 이 짧은 바흐는 거창한 감동을 약속하지 않지만 분명한 감정을 남기고 있습니다. 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이어지는 조용한 정리의 시간 같은 것이지요. 그래서 마음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삶의 방향을 다시 세워 주는, 그런 종류의 짧은 평온인 것같습니다.


비록 짧은 소품 하나지만, 아 한곡의 시간 만이라도, 아니, 이후 남는 여운의 시간만이라도 하느님의 품안에 잠든 것처럼 평온한 시간이 되시기를.(수필/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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