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s Um Na Multidão(군중 속의 한사람)

by 세인트


Mais Um Na Multidão(매 중 나 무우치다웅) - Erasmo Carlos & Marisa Monte

https://youtu.be/UKwIRDOVF1Q?si=0a2-UZ5wRfBwAaa0

Mais Um Na Multidão - Erasmo Carlos & Marisa Monte



어떤 노래는 멜로디가 정말 ‘바람처럼' 떠다닙니다.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라지지도 않지요. 만일 아침에 콧노래로 부르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부드럽게 귓가를 스치다가 문득 마음 한쪽을 간지럽힙니다. 에라스무 카를루스(Erasmo Carlos)와 마리자 몬치(Marisa Monte)가 함께 부른 <Mais Um Na Multidão (오직 군중 속의 한사람)>. 바로 그런 노래입니다.


거의 모든 라틴음악이 그렇듯 이 노래도 특별히 고음을 내지르지도 않고, 록음악이나 칸쏘네처럼 드라마틱한 클라이맥스는 없습니다. 우리 가요 중에는 윤상의 작품들이 그와 닮았지요. 멜로디가 앞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슬쩍 옆으로 스치듯 지나간다고 할까요? 그런데 그 향기 때문에 돌아보게 만드는 끌림 같은 게 있지요. 그 스침이 귀를 간지럽힙니다.


특히 이 영상은, 에라스무의 ‘50 anos de estrada(50년 무대 인생)’ 기념 공연이어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오래된 가수들의 공연이 종종 과거의 영광을 과시하는 행사로 흘러갈 때가 있는데, 이 무대는 그저 자기가 걸어온 시간을 차분하게 펼쳐 보여주는 분위기입니다.


에라스무 카를루스는 브라질 대중음악에서 독특한 위치를 가진 인물입니다. 1960년대 중반 브라질에서 유행한 록 음악 문화 운동을 말하는 ‘Jovem Guarda(조벵 과르다)’를 상징하는 뮤지션인데요 , 브라질에서 팝과 록이 자연스럽게 섞이던 시기에 대중음악의 새로운 문법을 만든 사람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젊을 때는 활기와 반항, 시간이 흐른 뒤에는 낭만과 체념을 함께 품은 목소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달콤함과 그림자가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곡에서도 그런 게 느껴지네요.


그러나 그 그림자 위에 꽃처럼 예쁜 마리자 몬치의 목소리가 얹히면서 노래의 온도가 변합니다. 마리자의 단정하고고운 목소리가 노래의 결을 더 투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마리자가 등장하는 순간, 이 곡은 사랑 노래로의 성격이 더 분명 해지지요. 에라스무가 들려주는 '오래된 사랑의 체온'이 마리자의 목소리에서 '현재형의 감정'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첫 소절부터 이미 관계의 온도가 정해집니다.

'Guarde segredo que te quero
E conte só os seus pra mim'
(비밀로 해줘 내가 널 원한다는 걸,
그리고 네 비밀은 내게만 말해줘)


이건 설렘의 순간이라기보다는 더 에로틱한 표현이지요. 그렇지만 끈적거리는 느낌이 아닌 가볍고 유쾌하게 흘러갑니다. 아마도 마리자의 고운 목소리 때문에 그렇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Faça de mim o seu brinquedo
Você é meu enredo
Vem pra cá'
(날 너의 장난감으로 삼아줘
넌 나의 이야기야
이리 와)


역시 ‘장난감’이라 표현하지만 가벼운 멜로디 가 그저 달콤하게 느껴지게 만듭니다.

프리코러스는 더 노골적이지요. 그러나 슬쩍 짧게 던집니다.

'Te quero
Hum, te espero
Não, não vai passar'
(널 원해
음, 널 기다려
아니, 이건 지나가지 않아)


문장들이 다 짧지요? 구구한 설명이 없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왜 기다리는지, 그 배경을 굳이 말하지 않습니다. 감정의 핵심만 남기지요. '원하고, 기다리고, 지나가지 않는다.' 이런 단어들만 남깁니다. 그러나 이 곡이 정말 아름다워지는 지점은 마리자가 부르는 후렴인데요, 여기서 노래의 제목이 비로소 살아납니다.


'Você pensa em mim e eu penso em você
Eu tento dormir, você tenta esquecer'
(너는 나를 생각하고 나는 너를 생각해
나는 잠들려 하고, 너는 잊으려 해)


이 대목은 이 노래가 왜 달콤하고 또 왜 씁쓸한지 동시에 설명합니다. 사랑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이미 틈이 생긴 상태네요. 한 사람은 잠으로 덮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은 잊음으로 넘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도 서로를 생각하고요. 감정의 방향이 서로 엇갈리면서도 같은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멜로디가 바람처럼 떠다니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요. 이 노래는 감정을 한 방향으로 몰지 않고 마치 정리가 안 된 마음처럼 공중에 떠 있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후렴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문장입니다.

'Sou mais um na multidão'
(나는 군중 속의 또 한 사람)


‘나는 그저 군중 속의 하나’라는 말은 나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느끼는 건데, 이 노래에서는 이상하게 이 노랫말이 차갑지 않습니다.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지요. 아마도 앞에서 이미 '너는 나를 생각하고, 나도 너를 생각한다'는 확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군중 속의 한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의 마음 안에서는 분명히 소중한 한 사람이지요. 그래서 제목이 '군중 속의 한 사람'이지만 그게 '외로움'이 아니라 '달콤한 고독'처럼 들립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하루가 저무는 시간, 수많은 타인들 속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만을 소중히 여기는 연인에게 존재를 위로받고 싶을 때 어울리는 노래 같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대개 거창하지 않지요. 별일 없이 찾아오고, 별말 없이 남습니다. <Mais Um Na Multidão(매 중 나 무우치다웅) >은 그런 그리움을 아는 노래네요. 그리고 그걸 절대로 큰 소리로 말하지 않습니다. 살랑살랑 바람처럼 떠다니다가, 우리 귀를 간지럽히고, 조용히 사라집니다.(수필/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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