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줄 때와 뺄 때
7장. SYNCOPATION -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뒤바꾸는 용기
재즈 리듬이 입체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우리가 예상하는 강약의 위치를 교묘하게 뒤바꾸기 때문이다. 보통 네박자의 음악이 '강-약-중강-약'의 순서로 정직하게 흐른다면, 재즈 연주자는 소리가 작아야 할 약박에 갑자기 강렬한 악센트를 집어넣는다. 반대로 가장 큰 소리가 나야 할 강박에서는 오히려 숨을 죽이거나 아예 소리를 비워버린다. 이처럼 박자의 성격을 거꾸로 뒤집는 기술, 바로 '싱코페이션(Syncopation)'이다. 우리말로 '당김음'이라 부르는 이 기법은 단순히 박자를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무게중심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옮겨놓는 과감한 선택이다.
우리의 일상도 늘 정해진 강약의 규칙에 얽매여 있다. 사회는 우리에게 언제 힘을 주고 언제 빼야 하는지를 이미 정해두었다.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를 할 때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는 잔뜩 긴장한 채 온 힘을 다해 '강박'을 연주해야 한다고 믿는다. 반대로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나 가족과 저녁을 먹는 시간, 혼자 멍하니 창밖을 보는 시간은 긴장을 늦추는 '약박'의 시간으로 여긴다. 하지만 인생이 늘 이런 식의 뻔한 리듬으로만 흐른다면 우리는 금세 지치거나 지루해질 것이다. 에너지를 쏟아야 할 곳에만 쏟고, 쉬어야 할 곳에서만 쉬는 삶은 효율적 일지는 몰라도 재즈 같은 생동감은 없기 때문이다.
재즈처럼 자유롭고 역동적인 삶을 위해서는 이 강약의 위치를 재배치해야 한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강박'의 순간에는 오히려 힘을 빼고 담백해지는 용기가 필요하다. 인생의 성패가 걸린 것 같은 중요한 무대나 날 선 긴장이 감도는 면접장에서는, 오히려 어깨의 힘을 툭 빼는 게 요령이다. 평소보다 가볍게 들어가는 것이다. 모두가 잔뜩 긴장해 있을 때 던지는 여유로운 미소나 농담 한마디는, 정박자를 어기고 튀어나온 싱코페이션처럼 공간의 리듬을 순식간에 매력적으로 바꿔놓는다.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흘러나오는 여유는 어떤 강한 주장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반대로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약박'의 순간들에는 온 마음을 다해 강한 악센트를 줘보는 건 어떨까.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 정성껏 차린 아침 식사 한 끼를 천천히 음미하는 일, 혹은 평범한 안부 인사에 온 진심을 담아 답하는 일 같은 것. 남들이 보기엔 대수롭지 않은 순간에 나의 가장 뜨겁고 순수한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 이것이 바로 삶의 리듬을 풍성하게 만드는 당김음의 묘미가 아닐까. 남들이 약하게 연주하는 곳에서 내가 강하게 연주할 때, 지루했던 일상은 비로소 나만의 독특한 그루브를 타기 시작한다.
관계에서도 당김음은 놀라운 반전을 만든다.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내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여 상대를 굴복시켜야 할 것 같은 순간은 전형적인 강박의 시간이다. 이때 연주자는 과감하게 소리를 비워야 한다. 목소리를 높여야 할 자리를 침묵으로 대신하고, 오히려 상대의 작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대신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따뜻한 눈인사나 짧은 격려의 문자처럼 '약박'에 해당하던 행동들에 강한 진심의 악센트를 실어 화답해보자. 강해야 할 때 부드러워지고, 부드러워야 할 때 단단해지는 이 뒤집기의 미학은 우리를 훨씬 깊이 있는 삶의 연주자로 만든다.
사실 싱코페이션은 우리에게 '박자의 주도권'을 되찾아주는 기술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강약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어디에 힘을 주고 어디에서 힘을 뺄지를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달려가는 곳에서 홀로 멈춰 서고, 모두가 무심코 지나치는 곳에서 걸음을 늦추는 행위는 인생이라는 곡의 화성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빤한 흐름을 거부하고 나만의 악센트를 심는 순간, 비로소 내 삶의 주인으로서 무대 위에 서게 된다.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당황하지만, 재즈 연주자에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 박자는 창조의 시작이다. 그들은 정해진 마디의 선을 넘나들며 리듬을 당기고 미루는 유희를 즐긴다. 우리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모든 순간에 똑같이 힘을 주며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남들이 시키는 대로만 에너지를 쓰는 건 인생이라는 무대가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다. 때로는 내가 가장 아끼는 에너지를 가장 작은 일에 쏟아부어 보자. 그 '비효율적인' 당김음 하나가 나의 하루를 우아하고 세련된 재즈로 바꿔놓을 것이다.
오늘 하루, 나의 리듬이 너무 빤하게 흘러가고 있다면 과감하게 강약의 자리를 바꿔보자. 사회가 요구하는 중요한 일에는 조금 힘을 빼고 담담해지며, 늘 평범하던 일상에는 온 마음을 다해 강한 악센트를 주는 것이다. 세상의 박자를 비껴가는 그 찰나의 뒤집기가, 나의 평범한 하루를 가장 근사하고 입체적인 음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진짜 그루브는 내가 힘을 주지 않아도 될 곳에 가장 소중한 마음을 쏟는 그 '싱코페이션'의 순간에 숨어 있으니까.(수필/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