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게재되는 칼럼기사입니다. 보나마나 오마이는 이런 식의 제목을 좋아하지 않으니 빤한 제목으로 바꿀텐데 여기에는 그냥 원본대로 올립니다. 문학적으로는 1도 가치 없는 글이니 혹 기사글 쓰실 경우 참고만^^
소음 공해, ‘예민함’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주거권의 위기
창문을 닫아도 침범하는 골목의 굉음
서울 광진구의 한 노후 빌라촌에 거주하는 직장인 A 씨는 기온이 오르는 이맘때가 되면 걱정을 넘어 '공포'라고 표현할 만큼 두렵다. 밤마다 골목을 내달리는 배달오토바이의 날카로운 배기음 때문이다. 그로 인해 못 이룬 잠을 휴일 낮에라도 보충하려 하면 이번에는 고물 수집이나 과일 행상을 하는 트럭들의 확성기 소리에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참다못해 창문을 닫아보지만, 낡은 창호는 소음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다. 어쩔 수 없이 초여름부터 밤새 에어컨을 가동하니 전기요금도 부담스럽다. 쾌적한 공기 대신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지불하는 전기료와 탄소 배출은 A 씨 개인의 문제를 넘어 결국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된다.
'예민함'으로 치부되는 폭력적 문화
우리 사회는 소음 문제에 있어 유독 피해자에게 인내를 요구한다. 소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면, "예민하게 군다", "까탈스러운 성격 탓이다", "서민 동네 살면서 그 정도도 못 참느냐"는 식의 비난이 돌아온다. 하지만 소음은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물리적 침해다. 특히 불법 개조된 머플러를 장착한 이륜차의 소음은 100~110dB(데시벨)에 달하는데, 이는 철도변이나 공사장 소음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를 견디지 못하는 것을 성격 결함으로 몰아가는 문화는, 공적 질서 유지라는 국가의 책임을 개인의 인내심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가스라이팅이라고 할 수 있다.
수치로 드러나는 사회적 비용과 건강권 침해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소음은 국가적 경제 손실을 초래한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Noiseinfo) 자료에 따르면, 60~70dB 이상의 소음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수면 장애는 물론 집중력 저하,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소음은 신체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등) 분비를 촉진하고 자율신경계를 자극하여 혈압 상승, 심박수 변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고혈압,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된다.
특히 야간 소음이 55dB을 넘을 경우 고혈압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연구(JACC Advances, 2023)에 따르면, 교통 소음이 65dB을 초과할 경우 55dB 이하인 지역보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약 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환경보건포털과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서는 소음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내분비계 장애와 스트레스에 의한 소화기·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고 명시한다.
소음으로 인해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행위는 에너지 비용뿐만 아니라, 소음 피해자의 심리적 위축과 노동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불편을 넘어 국가 전체의 보건 의료비 증가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사회적 비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소음으로 인한 숙면 방해는 다음 날 노동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개인의 소득 감소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제 활력을 낮추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된다.
A 씨의 사례처럼 소음을 피하기 위해 이른 계절부터 창문을 닫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상황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로 기후 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소모적 결과다.
법망을 비웃는 굉음과 구시대적 규제와 해결책
현재의 소음 방지 대책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상 이륜차 소음 허용 기준은 최고 105dB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1993년 제정 이후 30년 넘게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온 구시대적 수치다. 사실상 '합법적인 굉음'을 국가가 승인해주고 있는 셈이다. 또한, 단속의 실효성도 낮다. 골목길 기동성이 좋은 오토바이를 순찰차량이 추적하여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행상 트럭 역시 이동 중에만 확성기를 사용한다는 점을 악용해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단순한 단속과 처벌을 넘어, 소음 발생의 원천을 제거하는 기술적·정책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A 씨는, "모든 배달용 이륜차를 전기 오토바이나 전기 자전거로 전면 교체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검증되지 않은 대안이지만, 피해 당사자로서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이기에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대안으로 보인다.
전기 이륜차는 내연기관 특유의 소음이 없어 주거 밀집 지역 내 배달 수단이 된다면, 주민들은 '창문을 열 권리'를 되찾을 수 있으며 에어컨 가동에 따른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라이더 개인의 부담으로만 전가해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지자체와 정부는 전기 이륜차 구매 보조금을 대폭 확대하고, 어디서든 배터리를 즉시 교체할 수 있는 스테이션(BSS)을 골목마다 촘촘히 구축하는 등 실현가능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기 이륜차 전환에 드는 비용은, 소음으로 인한 건강 손실 및 생산성 저하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예방하는 '생산적 투자'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인내의 강요가 아닌 ‘정적권’의 보장으로
정적(靜寂)은 사치재가 아니다. 주거지에서 타인의 간섭 없이 휴식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주거권의 핵심이다. 소음 피해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소음 기준치를 대폭 강화하고, AI 단속 카메라 도입과 전기차 전환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타인의 휴식을 팔아 생계를 잇는 것을 더 이상 피치 못해 '먹고살려는' 것으로 미화할 수 없다. 소음 피해자 역시 먹고살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A 씨가 한여름 밤, 에어컨 실외기 소리 대신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도 침범해서는 안되며 국가가 반드시 보호해야 할 최소한의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