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궁금했다. 2002년에 정선역에 내린 후 들어간 정선역 바로 밑 여인숙과 식당. 있었다. ‘금성여인숙’. 상호명이 기억나는 듯했다. 당시 민박집 말고 여인숙 들어가는 것이 꺼려지던 시절, 용감하게 들어갔다. 그리고 잘 묵었다. 그리고 바로 옆집. ‘은혜식당’. 그때 손칼국수와 강원도 소주 ‘산’을 마셨더랬다.
이번 여행에는 여인숙 맞은편, 로비에 제비집을 허락한 모텔에서 둘째 날을 묵었다. 아침 산책을 하고 이 ‘은혜식당’에 들어갔다. 노부부가 장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내가 첫 손님인 듯했다. 단출하게 나온 손칼국수와 김치. 할머니 손맛이 들어간 음식이었다. 입구 앞에는 전병과 부침개가 될 밀가루 반죽이 준비돼 있었다. 5일장이 있는 날이었다.
혹시나 싶어 할머니와 간단히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예전에 왔던 곳이 맞는지. 맞았다. 옆집 ‘금성여인숙’의 주인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서 손님을 잘 받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 당시 중년이셨던 분들이 할머니가 되어 계셨다. 여인숙과 식당이 그대로 있어 다행이다.
그 당시 정선역에 가려면 청량리역에서 태백선을 타고 증산역(지금은 ‘민둥산역’)에 내려서 구절리역까지 가는 정선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내게는 증산역에서 구절리역까지 이어진 철도 주변이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이다. 산자락, 기찻길, 도로, 강 이렇게 넷이 어깨동무하고 있는 곳은 환상적일 정도다. 내 생각과 같은지 몇 년 전 ‘정선아리랑열차 A-트레인’이 생겼고 정선역은 잘 단장한 간이역이 되어 있다. 이 열차 타고 정선 5일장 장보기는 이곳의 커다란 관광상품이다.
정선역 안으로 들어섰다. 한적한 플랫폼을 혼자 거닐었다. 역 앞의 병풍 같은 산과 양방향 기찻길은 여전히 아련한 여운을 지니고 있었다. 마음껏 거닐 수 있는 간이역에 역장이라도 된 듯 벤치에 앉아 쉬면서 늦은 오후의 여유를 즐겼다. 종류가 다른 새들이 한두 마리씩 교대로 나를 지켜보고 간다. 새들도 나에게 관심을 두는구나 싶었다. 하루에 두 번 열차가 도착하고 떠나는 간이역. 도심의 철로 주변과 달리 너무 뜸해서 열차가 그리운 간이역. 푸른 하늘의 낮 반달까지 예쁜 간이역.
정선읍에서 아우라지 가는 버스는 꼭 타 봐야 한다. 버스는 산 고개를 굽이굽이 넘고 널찍한 강 따라 달음박질한다. 풍광이 수려하다. 행글라이더 타고 상승과 하강을 하는 느낌이다. 새는 이런 맛에 세상을 살 것 같다.
버스가 아우라지교를 건너 여량면에 다다랐다. 또 다른 간이역 아우라지역이 이곳에 있다. 관광열차의 종착지. 매표창구는 물론 역무원도 없는 더 간소한 역이다. 역사 옆, 퇴임한 열차에 물고기 형상을 옷 입혀 만든 ‘어름치 카페’가 더 큰 위용을 자랑한다.
플랫폼에 A-트레인 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아우라지 유람 후 역사 벤치에서 출발시간을 기다렸다. 나를 태우고 서울까지 네 시간 걸려 달려갈 열차다. 캔커피 마시며 역시 기꺼운 고독을 즐겼다. 우연찮게 요즘 여행지 가는 곳마다 혼자일 때가 많았다. 고되더라도 그래서 좋았다. 나보다 내 배낭이 더 고되었을 것이다. 짐을 가득 담고 쉴 새 없이 열고 닫는 내 손길을 타면서 피곤에 절었을 터. 가방도 잠시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