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흩날린 한 자락 내 머리카락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마귀였다. 내 안경을 덮친 것은.
부여 백마강 앞에 있는 구드래조각공원에서의 일이다. 왼쪽 손으로 떼어내고 알았는데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사마귀를 오른손 손바닥에 올려놓아 보았다. 사마귀는 손바닥에 머물다 팔을 타기 시작했다. 왼쪽 손가락을 갖다 대 손가락을 타게 했다. 사마귀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 계속 내 손과 팔을 탔다. 벤치에 앉아 왼손 오른손 손가락을 번갈아 갖다 대 타게 하면서 사마귀를 지켜보았다. 지나가던 아주머니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 녀석이 가질 않아요.” 했다.
안경을 벗고 사마귀 눈과 마주했다. 사마귀는 나를 경계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신기한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최소한 나를 겁내 떠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집게손가락으로 앞다리와 더듬이를 건드려 보았다. 앞다리를 접고 더듬이를 움츠리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내 얼굴 뺨으로 뛰어 달라붙기도 했다. 사마귀가 육식 곤충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떼어내 다시 손에 올려놓았다. 한참을 서로 쳐다보았다. 이내 긴장이 풀렸나 보다. 개나 고양이가 그러듯이 쭈그리고 앉아 여섯 개 다리 중 맨 뒤 왼쪽 다리를 주둥이로 핥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갖다 대도 아까처럼 움츠리지 않는다.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습이 너무도 낯선 풍경이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마귀가 내 몸을 타는 것을 허락했다. 그렇게 나는 사마귀와 친구가 되었다. 반갑고 즐거웠다. 곤충과 친구가 된 느낌이 좋았다.
저기 한 할머니가 말을 걸어오셨다. 대화를 하고 싶은 눈치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으며 내 옆자리에 앉으신다. 내 머리카락에 달라붙어 있는 사마귀를 발견하고 떼어주려 했다. 내 친구라고 말하며 말렸다. 사마귀가 내 몸을 타는 동안 할머니는 본인 이야기를 쏟아내셨다. 시골 농부셨다. 어깨 인대가 파열돼 이곳저곳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는데 소용이 없었다 하신다. 그러다 이곳 공원에 와서 기구를 이용해 몇 개월 운동을 했더니 심한 통증이 사라졌다고 하신다.
사마귀는 특히 내 귀에 올라타는 것을 좋아했다. 귀가 간질간질했다. 대화 도중 손으로 떼어내 손에 올려놓곤 했다. 할머니는 아들이 사 준 외제차를 타고 오셨다 한다. 아들이 외제차 전용 카센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참을 자랑하셨다. 아무것도 없는 집안에 시집와 고생한 이야기를 한탄스레 하시기도 했다. 너무 일을 많이 해 인대가 망가진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사마귀는 계속 내 몸을 탔다.
할머니와 30분쯤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편의점에 들러 캔커피를 사 가지고 나왔다. 여전히 사마귀는 내 몸에 있었다. 백마강 강변으로 갔다. 낮은 키의 풀숲이 경사진 언덕을 뒤덮고 있었다. 그곳 벤치에 앉았다. 이제 놓아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마귀도 풀숲을 보고서 마음이 동했는지 어느새 내 몸을 떠나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앞다리를 접고 도약할 기세를 취하고 있다. 나는 잘 가라고 말하고 악수 시늉이라도 하려고 앞다리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순간 녀석이 잽싸게 풀숲으로 뛰어들었다.
이별이다. 직접 풀숲에 내려놓아 준 것이 아니고 갑자기 뛰쳐나간 것이라 좀 머쓱했다. 그래도 이날 하루 중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내 눈앞에서 휴식을 취하며 뒷다리를 핥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한 시간 좀 못 된 시간 동안의 행복한 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