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남지

by 박태신

부여에 도착하면 7년 전 인상 깊게 방문한 낙화암부터 들를 생각이었다. 7월 초였다. 그런데 저녁 되기 전 일찌감치 잡은 숙소의 주인장이 궁남지를 추천했다. 며칠 있으면 연꽃 축제가 시작되는데 지금 한창 준비 중이고 볼 만할 거라고 했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확한 명칭은 ‘부여 서동 연꽃 축제’다. 궁남지는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백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정원이다.


웬만한 축제 장소가 그렇듯 입구에는 먹거리 장터가 조성돼 있어 시끄러웠다. 게다가 연꽃은 아직 완전히 물이 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천천히 궁남지 내 연꽃 밭을 거닐었다. 저만치 중년 남성 가수의 버스킹이 오래오래 계속된다. 생각보다 드넓었는데 코스모스 밭도 있고 많은 버드나무가 긴 머리카락 같은 가지들을 내려뜨리고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운치가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길가 따라 기둥에 받혀진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린 축제 연등이 도드라져 보였다. 서동요 전설을 형상화한 조형물들도 내부 조명으로 환하다.

그러다 궁남지 한가운데서 거대한 연못을 만났다. 그 연못 한가운데 섬이 있었고 정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연못까지 이어진 다리. 그렇게 연못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 했다. 7년 전 봄날 낮에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음을. ‘신동엽 문학기행’으로 부여를 찾은 것이고,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무심코 따라가서 멋진 봄 풍경을 누렸는데 그때가 생각난 것이다. 추억에 잠기니 궁남지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연못가에 심긴 개나리와 버드나무 사진을 찍고 이렇게 글을 썼다. “반은 지상에 반은 물속에 모양과 색이 입혀져 있습니다. 만발한 개나리의 노란색은 만발할 능수버들의 녹색과는 만나지 못하겠지요.” 아래 사진이 그때 모습이다.



연등이 줄지어 달려 있어 매혹적인 다리를 건너 정자 ‘포룡정’에 갔다. 이곳에서 삼각대 놓고 그 시절 여행 때마다 가지고 다녔던 필름 카메라로 단체사진을 찍었더랬다. 동행했던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을 지금은 볼 수가 없다. 그때 글에 이런 문장도 덧붙였다. “7월 말경에 시작되는 연꽃 축제 때에는 장관일 것 같습니다.” 조금 이르지만 지금 내가 그런 시절에 와 있네.


달이 아니다. 애드벌룬이다. 달을 형상화한 것 같다. 어둡지만 핸드폰에 잘 담고 싶어 연신 셔터 부분을 눌러댔다.


옛 추억에 연꽃과 달을 보태고 나왔다. 아홉 시가 넘은 시간. 걸쭉하고 진한 육개장으로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마음도 배도 풍요로운 밤이다. 숙소 주인장에게 잘 보고 왔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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