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죽음을 통감한다면

<도쿄전력 OL 살인사건>(파주 : 글항아리, 2018)

by 희붐

도쿄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한 여성이 살인된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도쿄전력의 간부급 여성으로 사건 당일 성매매 중이었다. 피의자를 찾는 것도 미스터리였지만, 그보다 도쿄대 출신의 앨리트 직원이 어째서 성매매에 나섰냐는 물음이 일본 열도를 뒤덮었다. 피해자는 매일 9시부터 5시까지 도쿄전력에서 일으하고, 퇴근 후에는 성매매 4건을 과제처럼 달성하고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지식한 생활을 반복했다. 온갖 루머가 떠돌았고, 신문은 그녀의 전라 사진을 싣기까지 이르렀다.


이때 저널리스트 사노 신이치는 그녀의 행적을 되짚으며 심연에 접근해간다. 일본 최고의 경제 전문가를 꿈꿨던 그녀가 어째서 자신을 징벌하며 살아가야 했는지, 그 어두운 마음에 가닿는 것이 사노 신이치의 목표였다. 3년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의 기행은 규칙적인만큼 강력한 동기가 있는 거였으나, 그 뿌리가 깊어 쉬 접근할 수 없고, 그나마 근접하게 말해줄 수 있는 가족들은 종적을 감추었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피해자가 매일 걸었던 러브호텔 밀집가의 풍경이 바뀌고, 피해자의 자택 마당은 잡초로 무성해졌다. 이 사건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그래도 작가는 그녀를 무너뜨린 존재가 이 사회에 있다는 의심을 놓지 않는다. 살인범의 잔혹함에 앞서 우리가 그녀를 어떻게 대했으며, 어느 곳에 놓아뒀는지 묻는다.


남녀고용평등법 이후 도쿄전력에 입사할 수 있었지만, 파견직으로 내몰리고 승진 기회에서 멀어지며 그녀의 내면에 어떤 균열이 있었는지 독자 스스로 그 마음 속에 들어가보도록 한다. 그 짐작 끝에는 압축 성장 시대를 지나오며 일본 사회가 묵인해온 남성 위주의 서사가 커다란 억압으로 자리해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지만, 그녀의 허망한 죽음 앞에 모두가 통감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