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의 망원경을 지구로 돌려놓는다면

[문학나눔 선정도서]<지구행성보고서>(글 유승희, 뜨인돌어린이)

by 희붐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건 인간의 영원한 숙제이다. 새카만 하늘은 어떤 상상력이든 가능하게 하는 무궁무진한 스케치북이 된다. 그 안에 우리는 삿대도 없이 미끄러져 가는 토끼를 그려놓고, 요상한 생물체들이 모여 사는 외계 행성을 건설했다. 가 닿을 수 없는 거리만큼 상상은 구체적이고, 섬세해졌다. <지구 행성 보고서>는 탐사의 망원경을 지구로 돌려놓는다. 우주를 여행하던 나끄별의 우주인들이 지구에 불시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은 지구라는 외계행성을 탐사한다. 지구인들이 TV를 보며 낄낄대는 모습부터 개를 애완용과 육식용으로 구분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연구대상이다. 나끄족 3인방은 지구를 고도 문명으로 진입하지 못한 말기 화석시대로 분류하고, 인간 종족을 대상으로 생태보고서를 써내려 간다. 나끄별은 고도화 된 문명의 산실이다. 분자 조립기로 어떤 물건이든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자원을 약탈할 필요 자체가 없어졌다. 지구처럼 식수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도 없고, 석유를 놓고 벌어지는 분쟁도 없다.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어떤 것도 취하지 않는다. 그래서 평화로운 생태계가 유지된다. 나끄별에는 싸우는 사람도, 이기적인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없다. 그들의 눈에 지구별은 온통 의문투성이이다. 매일매일 살아가는 것을 걱정하고, 매사에 푸념하는 인간들의 일상이 낯설다. 하지만 역사의 대부분은 전쟁인데, 문학 작품이나 철학 사상은 높은 세계에 도달해 있다. 이윤을 위해선 어떤 것도 불사하지만, 정을 나누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은 또 뛰어나다. 인간 생물체의 행보는 종 잡을 수 없다. 나끄족은 고물가게 박 사장과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진한 감정을 맛본다. 원시인이라고 생각했던 박 사장이 어떤 위험에도 불구하고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며 한 수 배운 듯하다. 박 사장은 지구를 대표해 인간의 존재를 증명한다. 멀리서 온 손님에게 흔쾌히 방 한 칸을 내주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잘 돌보는 것, 그것이 박 사장이 생각하는 인간의 도리였다. 거창하지 않지만 바로 원시 지구를 오랫동안 지탱하는 힘이었던 건 분명하다.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새로운 세계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 ET 후속작을 30년 넘게 기다려온 사람. 기발한 상상력에 깜짝 놀라는 독서 경험을 하고픈 사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서평단 booker가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지구행성보고서>(글 유승희, 뜨인돌어린이) #문학나눔 #책의입장 #붘어 #지구행성보고서 #외계인이_본_지구별 #인간은_선할까_악할까 #최고의상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