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눔 선정도서] <메리>(안녕달, 사계절)
이름만으로 애틋해지는 존재가 있다. 고향, 운동장, 단팥죽, 할머니 같은 단어 말이다. 그중에서도 할머니는 무작정 온기를 품게 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난데없는 코피에 어쩔 줄 모를 때, 하얀색 손수건을 선뜻 내준 사람은 옆자리의 이름 모를 할머니였고, 낯선 골목에서 길을 잃고 주저 앉고 싶을 때, 내 손을 이끌고 함께 숙소를 찾아준 이도 자그만한 일본인 할머니였다. 뽀글뽀글 파마를 하고,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들이라면 어떤 이야기라도 들어줄 것만 같다. 팍팍한 세상에 마지막 남은 인정과 배려는 어쩐지 모두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듯하니깐. '할머니', 세 음절에 벌써 뭉클해지는 건, 그들 덕분에 우리가 살았고, 그 마음에 많은 시간을 기대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안 계셨다. 엄마의 엄마는 한나절 논밭을 일구고, 자그마치 열 식구를 먹이기 위해 삼시세끼 아궁이 앞에서 짚불을 피웠다. 그러고도 칠십 평생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일곱 딸에게 영영 그리움으로 남았다. 그런 그녀의 존재를 엄마가 대신 해주는 방아 찌짐, 감자 수제비를 먹으며 그려볼 뿐이다. 메리는 홀로 된 할머니가 키우는 강아지다. 시골에서 흔하디 흔한 똥개이지만,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제 밥값을 톡톡히 한다. 1년에 두 번 명절에 자식들이 찾아올 때를 빼고는 할머니 집에는 메리 뿐이다. 그러다 메리가 존재만으로 반가운 새끼들을 낳지만, 할머니는 자신처럼 혼자 사는 이웃들에게 한 마리씩 나눠준다. 다시 적적해진 집은 어쩔 수 없이 허전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림책 <메리>에는 할머니가 혼자 보내는 쓸쓸한 하루가 그려져 있다. 그래도 이 그림을 길게 펼쳐보면 할머니의 평생을 채웠을 두둑한 사랑이 떠오른다. 우리 할머니도 살아 계셨다면, 어디서든 길 잃은 아가씨의 손을 붙들어줄 것이라고,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식혜 한 잔이라도 배불리 먹일 거라고 생각해본다.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안녕달의 수수한 감성을 사랑하는 독자 -할머니라고 부르면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는 눈물바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서평단 booker가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메리>(안녕달,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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