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눔 선정도서]<이상한 손님>(백희나, 책읽는곰)
열 살의 나는 꽤나 바빴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집 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장난감 찻잔 세트를 늘어놓고, 색종이를 잘라 케익 접시를 만들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 앞으로 달려가면, 나의 첫 번째 손님인 외다리 당근이 절묘하게 초인종을 눌렀다. 싱글벙글인 당근이 뒤로는 볏집 목도리를 꽁꽁 둘러맨 과자 인형이 따라 들어왔다. 그들은 오후 4시마다 어김없이 나타났다. 열 살의 호스트가 차려낼 수 있는 건 허공에 대고 입을 뻐끔대며 먹는 코코아 한 잔뿐이었는데도! 사려 깊은 손님들은 성심성의껏 코코아를 음미했다. 오늘은 진달래의 분홍색 꽃술 맛이 나는데, 아니야 느티나무의 나이테 같은 맛이야- 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네 식구가 옹기종이 모여 사는 집이었지만, 열 살의 나를 떠올리면 너른 거실에 언제나 홀로 있다. 하지만 오후의 햇살이 큰 창으로 쏟아져 하나도 쓸쓸하지 않다. 고요한 공간에 상상만으로도 무엇이든 채워넣을 수 있어 들뜨고 기쁜 모양이다. 하얀 벽지는 수천 가지 색깔로 변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태어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던 어린이는 자신만 볼 수 있는 '이상한 손님'을 매일매일 만들어냈다. 태어나서 10년간 살던 집에서 이사를 나올 때는 가구가 다 빠져나가고 휑한 집안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그동안 냉장고로 가려져 있던 벽에 비밀의 문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왠지 그 문을 열면 당근이와 과자 인형이 빙그레 웃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작은 집으로 이사오면서 오빠와 한 방을 쓰게 되었고, 오빠의 컴퓨터 책상에 밀려 코코아 컵을 놓을 자리가 없어졌다.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진 플라스틱 찻잔은 이삿짐 더미 속에서 영영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작은 집으로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림책 <이상한 손님>은 지난 시절에만 만날 수 있었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알록이와 달록이는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혼자 있는 아이의 친구가 되어준다. 물론 집을 물바다로 만들고, 온 세상을 분홍 안개로 뒤덮여 버리는 대책없는 장난꾸러기들이지만. 집을 모험하며 한바탕 신나게 놀았던 기억은 아이를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한다. 책을 덮으며 지난 시간을 간절하게 떠올려본다. 그때의 친구들이 꿈에라도 잠시 찾아와주지 않을까하고.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방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라는 상상을 품고 있는 어른이 -어린 시절의 나를 다독여주고 싶은 사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서평단 booker가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문학나눔 #책의입장 #붘어 #이상한손님 #백희나 #상상만렙 #기상천외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