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디를 걸을까?

제주 한 바퀴 걷고 서울 한 바퀴 걸었으니 언젠가 지구 한 바퀴...

by 브라이연

서울로 돌아가기 하루 전...


오랜만에 오전 10시까지 푹~ 늦잠을 자고 일어나 바로 제주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다행히 서귀포로 가는 버스가 20분 후 출발이어서 오랜 기다림 없이 출발할 수 있었다.

바쁜 일정 없이 여유롭게 창밖의 제주 풍경을 감상하며 지금까지 걸어온 제주올레길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멀고 멀었던... 길게만 느껴졌던 올레길 걷기의 그 끝이 마음의 준비도 없던 내게 빠르게 다가온 것 같아 허무하기도 했으며, 다른 한편으론 그래도 걸으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기에 뿌듯한 마음도 컸던 것 같다.

그렇게 창밖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서귀포에 도착했고 올레여행자센터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5분 거리였다.


올레길을 처음 걷던 날... 5코스와 6코스를 걸었는데 6코스의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이 제주올레여행자센터였다. 그때 도대체 이 길고 긴 제주올레길을 언제 다 걷고 이곳에 완주증을 받으러 올 수 있을까... 까마득하기만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완주증을 받으러 와서 건물 입구를 바라보니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레길 걷기 첫 날... 스탬프를 찍기 위해 이곳에 와서 건물을 보면서 건물의 전체적인 느낌이나 색감이 참 이쁘다고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1분쯤 서서 건물을 바라보다 1층으로 들어가 완주증을 받으러 왔다고 하니 직원이 간단한 서류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 서류작성 후 다른 직원이 옆에서 박수를 쳐주며 또 다른 직원이 완주증을 낭독한 후 완주메달을 주었다. 참으로 쑥스러웠던 상황이었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 나도 그냥 직원이 시키는 대로 했다. ㅎㅎ


그리고 올레길 조성 및 관리에 힘쓴 관계자분들에 대한 보답과 앞으로 제주올레길을 걷게 될 또 다른 수많은 올레꾼들이 제주올레길을 걷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 제주올레길 후원자가 되기로 한 후 바로 1년 치 후원금을 제주올레여행자센터 측에 전달했다.

완주증서와 완주메달을 받고 다시 제주시로 가는 버스에 올라 탄 나는 앉아서 증서와 메달을 한참을 요리조리 만지작거리고 바라봤다.

귀여운 손수건도 주시고... 메달도 이쁘고... 다양한 운동과 관련한 대회나 시합에 출전해 받는 완주증나 메달은 참으로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올레길 걸으면서 좋은 것도 많이 보고 큰 행복감도 느꼈지만 또 많이 힘들기도 했는데 이렇게 증서와 메달을 받으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제 지금까지 내가 제주올레길 430km(실제 걸은 거리는 470km. 이유는 길을 잘못 들어 조금씩 헤맸던 상황이 많았다)를 걸으면서 느꼈던 솔직한 생각들이다.

제주올레길 완주...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요~


생각보다 코스가 다채롭게 잘 구성된 제주올레길

걷다 보면 어떻게 이런 코스를 찾아서 올레코스로 연결시켰을까... 하는 그런 기가 막힌 길들을 걷게 된다. 국내에서 흔하게 접하기 힘든 정말 하늘을 완전히 뒤덮은 정글 같은 숲길을 걸을 때면 그 순간 이 세상에 나만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그런 몽환적인 생각까지 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430km의 긴 코스를 정말 다양한 마을길과 숲길, 산길, 해안길, 도심길을 연결해 구성한 올레길 관계자들에게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잠깐 한눈팔면 전해진 경로 벗어나기 십상...

나는 길눈이 매우 밝은 편이다. 특히 운전하면서 한 번 간 길은 거의 잊어버리지 않는다. 이렇게 길눈이 밝은 해외 도보여행을 다닐 때 더욱 그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이번 올레길을 걸으며 그 자신감은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길을 걷다 보면 배가 고프고 피곤하고 덥고 심신이 지쳐 그저 멍하니 앞만 보고 걸을 때가 많다. 분명 길 안내를 돕는 파란색 화살표라 눈앞에 있음에도 그걸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해진 경로를 이탈해 다른 방향으로 1km를 걸었다면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결국 2km라는 먼 거리를 불필요하게 더 걷게 되는 참사가 벌어진다.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그런 실수를 범할 때 느껴지는 그 짜증과 상실감은 정말 엄청난 무게로 다가온다. 올레길을 완주하면서 이런 실수를 수십 번이나 반복했다. 길을 걷다 뭔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경로 확인을 해야 한다. 경로 확인을 할 때 가장 유용하게 쓴 어플이 바로 '카카오 맵'이다. 지도에 올레길은 따로 표시가 되기 때문에 올레꾼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된다.

6월 초... 하지만 햇살이 강하기 때문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힘들면 그냥 길바닥에 드러누워 호흡을 가다듬고 휴식을 만끽하는 것도 하나의 낭만이자 소소한 즐거움 아닐까..


여자 혼자 걷기에 다소 위험요소가 있는 몇몇 코스

올레길을 완주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라 생각할만한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몇몇 구간은 깊고 깊은 산속에서 몇 시간 동안 사람 한 명 마주치지 않고 걷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남자인 나로서도 혼자 걸으면서 만약 누군가 근처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흉기를 휘두르며 나에게 덤빈다면 니는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생각들을 수차례 해 본 적이 있다.

나도 이런데 이런 길을 장시간 동안 심지어 여자 혼자 걷는다면 충분히 두렵고 무서울법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예전 올레길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고가 없었는지 뉴스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 부분은 일단 각자가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제주올레길은 정말 아름답다. 그 길을 걷는 누구라도 다양하고 또 아기자기하며, 운치 있고 사랑스러운 제주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 충분한 매력이 넘친다. 코로나 유행이 끝난다면... 또는 하나의 풍토병으로 인식되면서 그 공포감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아마도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세계인들이 제주를 찾아 겆게 될 모습도 그냥 상상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제주올레길은 글로벌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부딪히면 당신은 아마 진땀을 흘릴 것이다

인터넷에는 제주올레길에 대한 엄청난 정보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내용들 또한 대부분 비슷한 내용들이며 사진 또한 다 비슷비슷하다. 대부분의 사진들이 제주올레길의 아름다운 사계절에 대한 글과 사진들이다. 제주올레길은 분명히 너무나 아름답고 이쁘고 황홀하고 귀엽고 멋지고 또 멋지다. 하지만 올레길을 걷게 된다면 서서히 현타가 오기 마련이다.

제주올레길 427km 전 구간에서 우리가 인터넷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제주올레길의 모습들은 대략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다.

생각보다 올레길은 지루하고 힘든 구간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11~14코스는 참 척박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나...

아무튼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6월에서 8월에 제주올레길을 걷는다면 아마 그 고된 경험을 제대로 하게 될 것이다.

제주올레길은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인기가 많은 특정 코스들이 있다. 그 외의 코스들은 큰 기대 없이 그냥 걷는다는 것 자체에 행복감을 느끼는... 걷기에 대한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걷는 것이 좋다.

또한 일부 몇몇 코스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 코스의 대부분이 매우 지루하고 척박한 땅 위를 걷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심지어 코스에 물이나 식량을 보급할 수 있는 장소가 전혀 없는 코스들도 있다. 사전 준비 없이 갔다가 큰 낭패를 볼 수 있기에 꼭 해당 코스를 걷기 전 코스 정보를 확인한 후 걷는 것을 권한다.


하지만...
만약...
누구보다 여유를 갖고, 하루에 한 코스를 목표로 천천히 걸으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마음속에 담으며 제주올레길을 느끼며 걷고 싶다면 아마도 제주올레길 427km의 전 구간에서 큰 행복과 평생 남을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하루하루 바쁘게 걷고 또 걷고 걸으면서 스스로 몸을 지치게 만들었고, 더 이상 걷기가 싫어지는 상황을 만드는 큰 실수를 범하고야 말았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마음의 여유와 힐링을 만끽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걷기는 그냥 그 장소가 어디가됐든 걷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힐링이어야 했다. 걷는다는 것은 시합이 아니고 경주가 아니다. 나는 왜 그리 빨리 걷고 많이 걸으려 했을까... 앞으로 나의 걷기 인생에서는 그러지 말자.


이번 제주올레길 걷기에 주어는 시간은 한 달이라는 나름 긴 시간이었다. 제주올레길을 완주하는데 걸린 기간은 걸은일 수로 정확히 17일이 소요됐다. 완주(제주에 머무는 한 달 동안)까지 택시를 단 한 번도 타지 않았으며, 렌터카도 이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두 발로 걷고 호텔로의 복귀는 버스만을 이용했다.

1차 제주 방문(보름) 당일과 서울로 돌아오던 날.. 이틀

2차 제주 방문(보름) 당일과 서울로 돌아오던 날.. 이틀

오전부터 비가 많이 와서 휴식을 취했던 하루

황사가 심해서 휴식을 취했던 하루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휴식을 취했던 하루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느라 걷지 못했던 하루

올레길 완주 후 자유시간에 샛별오름에 올랐던 하루

올레길 완주증을 받으러 간 마지막 날 하루

3개의 섬을 걷던 날은 하루 1 코스만 걸었기에 실질적으로 이틀을 빼먹은 것과 마찬가지! + 올레길 걷기 17일...


여기서 한 가지 번외로 얘기하자면...

내가 참 지루하게 느꼈던 올레 11~14코스!!

언젠가... 올레길을 걷고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옆에 앉으셨다.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서로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아저씨께서 하시는 말씀이...


제주도에서 특히 이 주변의 한경면이나 그 주변의 지역은 예부터 제주도에서도 가난한 동네였기에... 주변에 바다도 없고 산도 없고 딱히 뭐 볼 게 없어서 지역민들은 이 근처 올레길은 걷지 않는다고...
또한 이 주변의 집들을 보면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으로 된 집들이 많은데 특히 담벼락에 쌓인 돌의 높이가 높은 집들이 유난히 많다고...
그 이유는 예부터 지역이 가난했기에 서로 하루 세 끼 먹고사는 것이 중요했기에 자신들의 먹을 것 등등 을 이웃과 나누기 싫어서 다들 담벼락을 높이 쌓고 자신들이 가진 것을 철저하게 지키고 살기 위해 그리 담을 높이 쌓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난 제주올레길을 떠올리며 추억의 사진들...

이 곳 모슬봉까지 오르는동안 장말 역대급 울창한 숲속을 하염없이 걸었다. 여자 혼자 걷기엔 좀 난감한 11코스..
하루 걷기를 끝마치고 집(호텔)로 가는 길... 매일 보았던 평범하지만 매일 아름다웠던 풍경~
내 심장 앗아간 녀석!! 이녀석 때문에 무려 20분 가까이 이곳에 머물렀었다...


정말 뜨겁게 불태웠던 제주...

이젠 어디를 걸어볼까...

울릉도를 한 바퀴 걸어볼까...

나는 매일 걷고 싶다...

당신이 매일 숨을 쉬는 것처럼...



GOODBYE JE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