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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연 Mar 03. 2022

무계획이 나의 여행 전략이다

파타야의 밤은 당신들이 그냥 잠들도록 가만 놔두지 않지

참 신기하게도 외국에만 나오면 보통 6시쯤 일단 눈이 떠진다. 며칠 동안 무더위 속에서 그렇게도 많이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6시면 눈이 떠진다. 오늘은 목적지가 없다. 그래서 유난히도 조식을 천천히 먹고 식사 후 생전 안 마시던 커피도 한 잔 마셔 보았다. 그리고 호텔 로비에 있는 푹신한 파에 반 눕다시피 앉아 30분 가까이 멍하니 출입문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 호텔을 나서는 사람들 중 한 명 또는 한 팀을 찍어서 어디를 가는지 한 번 따라가 볼까"라는...


정말이지 쓰잘 때기 없는 생각을 말이다. 그런 쓰잘 때기 없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나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고 심심하기도 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호텔 로비에서 그렇게 30여분을 놀다가 객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양치질만 하고 대충 모자만 쓰고 호텔을 나섰다. 해변가에 앉아 다시 멍하게 바다를 바라봤다. 저 똥물 위에 떠있는 수많은 관광용 배들, 작은 요트들은 그만큼의 수요가 있으니 저렇게 둥실둥실 떠 있을 텐데 도대체 사람들은 이 똥물 같은 바다 위에서 뭘 볼 게 있다고 배를 타는 것일까 너무나 궁금했지만 뭐 그건 개인 취향들이니 관여하지 않기로.  


   " 저건 뭐지? 한 번 가볼까?"


                                   "더운데 가지말까~"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저 멀리 언덕 중턱쯤에 크게 'PATTAYA CITY'라고 쓰여 있는 SIGN을 보면서 갑자기 그것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갈 수 있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번 가보기로 한다. 대충 눈짐작으로는 전에 갔던 '워킹스트리트'를 지나 그 길의 끝까지 가면 얼추 근접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날이 더우니 어디 걷가만하면 일단 옷이 흠뻑 젖는다. 갈까말까 고민하다 일단 GO.


날도 더워 천천히 한 40~50분 걸으니 그 언덕 밑 바닷가에 다다랐고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다 노상에서 아이스커피를  파는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그곳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셨다.  곳에서 커피도 한 잔 사마시고...


복어인가... 니가 여기 왜 있어?
희안하게 태국의 아이스커피는 참 맛있다~


언덕을 올라 15분 정도 걸어 다시 좁은 샛길 계단으로 내려가니 바로 그 장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전망 좋고 아주 기가 막힌 숨은 명소 같았다. 그곳에 30분 정도 그늘진 땅바닥에 누워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나 자신이 마치 '한량'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는데 아주 기분 좋은 착각에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이곳은 관광객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였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 로비를 지나는데 직원이 오늘은 어디 안 가냐고 묻길래 오늘은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멀지 않은 곳 한 군데를 추천해줬다. 하지만 그곳 역시 왕복 16km에 작은 산을 정상까지 올라야 하는 코스였으며, 바로 '파타야 전망대'다. 말 그대로 파타야 해변 일대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그래 일단 한 본 가보자"

아침에 입었던 옷이 땀에 젖었는데 어차피 젖은 옷 그냥 그대로 입고 배낭만 메고 출발!


워킹 스트릿 초입까지 가서 좌측방향으로 걷는데 처음 걷는 길이라 그런지 역시나 재미있다. 호텔에서 약 2시간 정도 걸었을 무렵 슬슬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렇게 오른 지 30여분이 지나니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30분쯤 오르니 정상이 나왔다.


산 정상엔 살짝 관광지 같은 느낌이 풍기고 깨끗한 주차장과 매점 및 노상카페도 있었다. 카페는 절벽 바로 옆이라 전망이 매우 멋지다. 일단 갈증이 나서 카페의 테이블 의자에 앉아 메뉴의 이름이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시원한 그 무언가를 하나 시키고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바로 옆 테이블엔 20대로 보이는 태국 젊은 친구들이 4명 앉아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꾀나 세련된 복장과 헤어스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파타야 시내 전경... 도대체 며칠째 흐린거냐...


그렇게 주변 이것저것을 구경하다 주문한 그 무언가가 나왔는데 기똥차게 맛있었다. 멜론맛과 다양한 열대과일 맛이 섞인 슬러시 비슷한 느낌에 아이스크림과 쫀득한 제리가  섞인 아무튼 상당히 독특하면서 맛있었다.


굿 굿 굿 베리나이스 짱!

시원하고 맛도 좋고 전망도 좋고 기분도 좋고... 이곳을 추천해준 호텔 직원에게 꼭 고맙다는 말을 잔 해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올라올 때 땀 엄청 흘릴 땐 그 직원을 원망 좀 했다. 이 무더운 날에 빤히 내게 걸어서 갈 걸 알았으면서도 여길 추천했나 싶었는데...ㅎㅎ


도대체 저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들의 은퇴문화가 만든 파타야의 이색적인 풍경


파타야비치 주변을 산책하면서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최소 60세 이상의 중장년 외국 남성들과 태국인으로 보이는 40세 이상의 중년 여성이 서로 부부처럼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처음에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런 모습들이 워낙 자주 보이다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젊은 외국 남성과 태국 여성이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닌다면 우리는 그 모습을 전혀 낯설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주점에서 만난 사이일 수도 있고 클럽 또는 그 어느 곳에 선가 만난 사이일 수 았다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60~70대 나이의 외국 남성과 최소 20년 이상의 나이차가 확실해 보이는 태국 여성과의 조합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남은 여생은 태국에서 즐기자?


 외국에서 은퇴하거나 적절한 재산이 있는 60세~70세 정도의 남성들이 비교적 물가가 저렴하고 외국인들이 지내기 편한 태국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기 위해 많이들 온다고 했다. 또한 태국 현지의 여성들과 동거를 하면서 그 현지의 태국 여성들은 남성들이 태국에서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어시스트를 해주며 동시에 애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혼인신고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태국은 전 세계에서 매년 외국 관광객 등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다. 따라서 그만큼 다양한 관광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그만큼 외국인들이 지내기 편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다시 생각해보니 내게 의문증을 자아냈던 그 거리의 낯선 풍경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적당한 운동과 산책... 적당히 힘들지 않고 적당히 여유로운 하루였다. 해가 지면 파타야비치의 거리는 곳곳에 숨어 있던 에너지와 활기를 뿜어낸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쿵쾅거리는 비트는 걷는 이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그런 분위기만으로 해외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런 나날들을 매일 밤 즐기고 귀에 담고 눈에 담았다. 파타야비치의 물만 맑았다면 얼마나 더 낭만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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