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티아고 순례길 잊게 해준 제주올레길 고마워!

걷기에 진심일 때 나에게 불현듯 찾아오는 그 선물

by 브라이연

걷는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걷다 보면 의도치 않게 마주치는 다양한 주변 풍경은 나의 걸음걸이에 큰 동력이 되곤 한다. 그리고 제주올레길의 그 주변 풍경은 나에게 마치 슈퍼카에 달린 초고성능 엔진이 뿜어내는 막강한 마력처럼 오랜 시간 장거리를 걷는 나에게 큰 에너지가 되어 주었다.

누구나 걷고싶게 만드는 제주올레길
지나가던 어르신 올레꾼님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올레길을 안내해주는 표식인 저 리본이 나는 참으로 좋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길을 걸을때면 나의 든든한 길동무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뜬금없이 멈춰서서 만져보기도 하고...

작년 3월 말쯤...

이미 제주는 봄이 찾아온 듯 제주 곳곳의 거리는 온통 노란 유채꽃으로 물들어 걷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정말 이것이 바로 힐링 아닌가 싶더라~


예전부터 제주의 함덕해수욕장의 풍경을 보면서 참 이쁘다는 생각을 했었다.

올레길의 주변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계속 걷다 보면 몸이 지치기 마련이다.. 그렇게 올레길을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함덕해수욕장이 보였으며 순간 나는 너무 기쁜 마음에 "앗싸 함덕해수욕장이다"라고 소리 질렀다!!ㅎㅎ

앗싸! 함덕해수욕장이다!!

내가 걷는 코스에 함덕해수욕장이 나오는 걸 모르고 갈었기에 눈앞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의 함덕해수욕장 풍경은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함덕해수욕장을 가로질러 옆에 언덕에 오르니 그 풍경은 절정에 다다랐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모델이 되어주셔서 김사합니다 ㅎ 하늘과 그 아래 푸른 바다... 그리고 노란 유채꽃의 조화로움이 어찌나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던지...
언덕길을 오르며 올레코스를 걷던 중 저 멀리 보이는 저녀석으로 인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으러 달려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도 저 언덕 위의 풍경은 최최최고였다!!

한참을 주변 풍경에 빠져 구경하다 다시 걷고 또 걷고...

하염없이 걷고...

올레길의 모든 코스가 다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걷다 보면 마치 황무지 같은 느낌의 척박한 길도 나오고 무척 심심한 논길, 산길도 허다하다!

가끔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나 마주칠법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평야의 느낌, 척박한 느낌의 올레길들도 종종 마주친다.. 그런 코스를 걸을 때면 오로지 걷는 것 자체에 집중하게 되고 조금은 숙연해지는? 기분도 든다. 하지만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지루한 코스였음에도 사진 속 이 장소가 마음에 들었다. 이 사진도 기억에 특별히 남아 있다. 아마도 산티아고 순례길의 감성이 묻어나는 그런 느낌?

올레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걷다 보니.. 걷기 초반에는 주변 풍경에 반해 내가 지금 걷는 건지 관광하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지만 걷는 시간이 길어지고 터벅터벅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뜬금없이... 자연스레 지나온 내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진다!

나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아마 내 인생 전체를 처음부터 현재까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삶의 지난 기억들을 뒤돌아보는 내게 주어진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억지스레 분위기를 잡고 감상에 빠지려 하는 것이 아닌...

빨리 걸을 필요 없어... 서두를 이유가 없지않아? 그냥 불어오는 바람과 지나쳐가는 사람들, 산과 바다를 벗삼아 그냥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렇게 천천히 걷는거지. 천천히.....

열심히 걷다 보면 나에게 찾아오는 그 자연스러운 감정들~ 그 자연스러움은...

걷기에 진심일 때 나에게 선물처럼 찾아온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주올레길 3개의 섬, 나는 천국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