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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연 Mar 08. 2022

당신의 '인생맛집' 이라구요?

500원짜리 국수맛이 서운하고 팟타이가 괘씸하고...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참 많다. 그 많은 음식들 평생 다 맛보지도 못하고 죽을 만큼 많은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인생에 가장 큰 행복이라 느끼는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이란 곧 식도락 여행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이번 태국 한 달 살기는 식도락 여행과는 전혀 상관없는 반대되는 개념의 여행이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는 소위 맛집이라 불리는 식당들을 찾아 다녀오기로 했다.


첫 번째 탐방할 맛집은 태국 서민들의 대표적인 음식인 '보트누들'이다. 방콕 식도락 여행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 식당이다. 또한 식당에 대한 스토리가 있기에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겐 SNS에 포스팅하기 딱 좋은 소스이기도 하다.


보트누들: 돼지고기와 잘게 썰은 각종 야채와 향신료로 만든 국물에 국수를 첨가해서 만든 태국식 국수다. 강과 늪, 운하가 많은 지리적 특성상 보트가 일상적인 교통수단이었으며, 보트 위에서 비교적 간단한 조리법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국수를 팔며 '보트누들'이라는 붙었다. 그릇당 10밧~15밧(400~500원)으로 저렴해 여러 가지 맛을 맛볼 수 있어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인터넷 검색 과정에 분명 전승기념탑 근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글 지도의 전승기념탑을 향해 걸았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보트누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교차로 중앙이 전승기념탑


주변이 너무 넓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때마침 다가오는 경찰에게 물어보고 겨우 찾았다.


저곳을 하천이라 해야할지 뭐하 표현해야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곳에 보트누들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역시 목적지를 찾았을 때의 기분은 정말 나이스 하다. 탕물 같은  하천 옆에 줄지어 있는 보트누들 식당들이 보였다. 안내받은   좌석에 앉아 야심 차게 누들 다섯접시를 시켰다. 그 맛이 너무 궁금했다. 손님들이 많아서 그런지 주문한 메뉴들은 20여분 뒤 나왔다.


아... 저 핑크색 국물의 국수는 냄새도 맛도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입맛에 맞았다면 열그릇은 먹었을텐데 아쉽다.


국수 한그릇에 400~500원의 유혹


그런데 맛이 난해하다고 해야 할까~ 좀 국물 맛이  한약 맛이 나네... 특히 핑크색 접시의 그것은 뭐라 표현할 단오가 딱히 생각나지도 않는 그런 맛이었다. 그래서 세 번째 접시에 담긴 국수의 냄새를 먼저 맡아봤는데 우엑~~~ 냄새만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면발 끊어서 먹어봤는데 오 마이 갓! 그나마 사진 속 조그만 접시의 저 가운데 있는 건 먹을만 했다. 

 

누구는 여기 국수들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뭐 서로 입맛이 다 틀리니 내 입맛엔 안 맞는 걸로 정리하고 계산 후 다시 광장 쪽으로 나왔다. 나름대로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섯 접시에 4천800원이니 그래도 싸니까 웃으며 이 또한 추억으로 남기기로 한다. 

 

일단 식사를 했으니 다음 목적지까지 가기 전 일단 '쑤언팍깟 왕궁 박물관'에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1시간을 걸었을까... 역시 땀이 주르륵 흐르고 더위에 지친다. 그런데 때마침 제법 큰 규모의 '킹 파워 면세점'이 보였다.


너무 춥다...

일단 화장실에 갈 겸 잠시 들었는데 어찌나 시원하던지~ 화장실도 5성급 호텔 화장실 퀄리티가 아주 끝내줬다. 좀 더 시원하게 쉬다가 나오려 했지만 추워서 다시 나왔다.ㅎ


잠깐의 호사스러운 시간을 끝내고 다시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발한 지 채 30분이 지났을까... 생각보다  빨리 목적지인 도심 속 '쑤언팍깟 왕궁 박물관'에 도착했다.

입장료 100밧을 내고 건물에 들어가면 배낭을 캐비닛에 보관해야 한다고 했다.


조용히 한가롭게 태국의 역사에 대해 구경하기 좋았다


박물관 안에 전시품들이 금으로 만든 것들이 많아서 도난방지를 위해 그런 것 같았다. 바깥에선 사진을 찍어도 되는데 안에서 전시물들은 절대 찍으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뭐 우리나라의 역사박물관 비슷한 느낌인데 아무래도 그 내용물들이 아무래도 낯설다 보니 천천히 집중해서 구경을 했다.

 

그리고 이제 그렇게 유명하다는... 그렇게 맛있다고 오두방정 개방정을 떠는 사람들을 보며 솔직히 궁금해서 한 번은 먹어보리라 다짐했었던 그 팟타이 맛집인 '팁싸마'에 가보기로 했다. 팁싸마이는 태국에서 일반 작은 식당으로 시작해 엄청나게 성공한 팟타이 전문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곳 팟타이가 그렇게 맛있다고 난리를 친다.  그러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 않나...


싸마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안내하는 길이 아닌 비좁은 골목길을 택해 걷는 경우가 많았다. 구글의 지도를 축소해서 주변 지리를 전체적으로 보면 대충 위치가 파악이 되기 때문에 굳이 꼭 안내하는 길로 가지 않아도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길눈이 밝으면 이런 좋은 점이 있다!


걷다가 빨래를 널어놓은 좁은 골목을 지나가는데 한국에서도 많이 맡아본 매우 익숙한 비누냄새가 확 풍겼다. 



한국이나 태국이나 빨래할 때 비누의 향은 다 비슷한가 보다. 향긋한 비누향이 그렇게 정감이 가고 기분이 좋았다. 이 비좁은 골목길은 생각보다 매우 길고 마치 미로 같았다.


한쪽은 허름한 집들이 다다다닥 붙어 있다. 걷다 보면 집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그 태국인들의 전혀 과장되지 않은 로컬 그대로의 삶의 모습이 매우 정겹다. 이 좁은 골목은 정말 순도 100% 오리지널 로컬 골목이다.

 

                당신의 인생 팟타이 '팁싸마이'란 말에...

                                        

                        나는 제대로 속았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면서 열심히 걷다 보니 어느덧 팁싸마이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대기줄이 길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먹어보리라 굳게 다짐했기에 줄을 섰다. 그리고 30여 분 지나서 입장을 했고 그리도 맛있다는 팟타이와 오렌지주스를 시켰다. 그리고 얼마 후 테이블 위에 그것들이 놓였다. 과연 어떤 맛일지 몹시 궁금했다. 일단 오렌지주스는 예전 캔음료 쌕쌕이와 맛이 매우 비슷하며 다만 알맹이가 크다.



사람들은 이걸 그리 인생 오렌지주스라고 그렇게도 호들갑들을 떨었단 말인가... 그저 허무함에 헛웃음만 나왔다. 그리고 메인 음식인 팟타이를 먹어 보았다.


 

 맛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 이건 아닌데...아 정말 이 아니."였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거의 10년을 넘게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취재 다니며  정말 수많은 알짜배기 맛집들을 현지 군청 및 시청 공무원들에게 추천받아서  다니는 등 전국의 맛있는거 다 먹어본 입맛이 나름 날카롭고 예리하다고 자부하는데... "정말 이건 아니잖아!!!"

그리고 직원은 나에게 왜 자꾸 16,000원짜리 팟타이가  베스트라며 그걸 추천하는지 하여튼 어설픈 영업 멘트가 더 짜증스럽게 만들었다. 로컬식당이 아닌 관광지의 식당에서도 5춴원이면 맛있게 먹을 것을 16,000원에도 파는구나...생각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식당이었다.

 

혼자 당하기는 억울하니 당신도 한 번...


아무튼 이게 그리 맛있다며 온갖 SNS와 블로그에 인생 팟타이라고 사람들은 호들갑들을 떨었나... 아니면 팟타이 대충 어디서 두세 번 먹어보고 그중 이게 제일 맛있어서 인생 최고의 팟타이라고 오버하는 건가...

나름 수많은 곳에서 팟타이 50번은 넘게 먹어봤는데 이걸 인생 팟타이라고 하기에는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다. 세상에나... 이걸 30분에서 1시간씩 줄 서서 먹는다니... 상당한 배신감이 들었다! 농락당한 기분까지...

 

       제발 식당 후기로 호들갑좀 떨지 마세요


거짓말하면 만 볼트의 고압 전유가 흐르는 거짓말탐지기에 손 올려 놓고 10cm 거리에서 얼굴 마주 보고 서로 눈 쳐다보며 그들에게 진지하게 한 번 묻고 싶다. "이게 정말 당신에게 인생 팟타이 맞습니까?"라고...  

사람들이 '인생 맛집'이란 말 쓰는 거 재미 들렸나 보다. SNS를 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분위기 좋고 맛도 그럴듯하면 대체적으로 습관적으로 인생 맛집이라 하는 것 같다. 요즘은 맛집이 워낙 많아서 차리리 음식 맛이 형편없는 식당을 찾기가 더 힘들 만큼 맛집천하시대 아니던가.


미지막으로 팟타이에 곁들여 나온 새우를 먹어봤다. 살짝 비린 맛이 느껴져 하나는 남기고 나왔다. 딱 5분 동안 먹고 후딱 일어났다. 새우도 남기고 5분 만에 일어나니 직원들도 의아해하는 눈치. 그리고 계속 내 눈치를 보는 듯 느껴졌다.

내가 진짜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는데 이건 진짜...

그래도 절대 후회는 없다. 태국에서 실패한 음식이 꾀나 많았고 그래도 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기에...

 

"아주머니가 진정한 태국의 유명 쉐프였군요"


팁싸마이 바로 옆 식당은 웨이팅이 더 길다. 여긴 대체 뭘 파는 곳일까. 다음에 꼭 한 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관은 무지 허름하지만 이곳은 왠지 날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았다. 오픈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멋진 고글 같은 것을 쓴 아주머니가 너무 멋져 보여서 사진 한 장 찍었는데 나중에서야 알았다.

이 아주머니가 사장님이셨다. 매우 매우 유명한...


한국에 돌아와 주말에 집에서 아시아의 음식문화와 맛집들에 대한 프로그램이 업로드돼서 넷플릭스를 보는데 거기에 그 아주머니가 나오는 게 아니던가... 사장님이셨다! 내가 거기서 먹어봤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집을 안 갔던 게 정말 후회스럽다.


두 곳의 맛집 명소를 찾아 그렇게 긴 거리를 열심히 걸어서 찾아갔건만 어찌 두 곳 모두 나를 이리 실망을 시킬 수 있는 갓일까... 나는 그날 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두 개와 감자튀김, 옥수수파이로 폭식을 했다.

처음 방문했던 '보트누들'은 개개인의 기호에 따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그런 메뉴들이었다. 그건 내가 충분히 인정을 한다. 하지만 스 팁싸마이의 팟타이와 오렌지주스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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