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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연 Mar 07. 2022

정말 엄청난 놈을 만났다!

도심 속 평화로운 '룸피니 공원'...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오늘의 목적지는 방콕의 도심 속 거대한 공원인 '룸피니 공원'이다. 거리가 멀기에 공원까지 가는 것이 목적이기는 하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그 과정에서의 풍경들을 구경하는 것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걷기로 했다. 그 긴 도심 구간을 걸으면서 방콕에서의 어떤 풍경들이 펼쳐질지... 언제나 그랬듯이 설렘을 가득 안고 오전 8시에 출발을 했다.


이번 방콕의 도심 걷기는 푸켓과는 확연히 달랐다. 일단 도로에 가득한 차량들과 높이 솟은 빌딩 숲, 좀 더 패셔너블한 사람들과 고급 아파트들... 새로운 환경에서의 걷기는 매우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다만 횡단보도가 많아 걷다가 멈춰서는 일이 자주 생기다 보니 그 부분이 좀 답답한 것 외에는 충분히 재미있게 걸을만했던 것 같다.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뚜벅뚜벅 걷다 보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다양한 사원들은 도보여행 중 만나는 또 하나의 재미와 즐거움이다.


농눅빌리지에서 구입한 태국 옷 착장하고 걸으니 좀 더 멋스러윤 느낌 ㅎ

오전에 출발을 했지만 워낙 더운 날씨라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그 찝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걷다 보면 그냥 무덤덤해진다. 나는 더위를 워낙 심하게 타는 편이라 태국의 더위 속에서 땡볕 아래 장거리를 걷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걷다가 땅바닥에 그냥 털썩 주저앉아 쉬는 게 다반사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그 장소가 어디가됐든 그냥 힘들면 바로 주저앉아 버린다. 외국에서 도보여행을 하면서 그런 사소한 행위마저도 도보여행의 낭만이라 생각한다. ㅎ


태국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불교국가이기 때문에 누구나 알법한 매우 유명한 사원이 아니더라도 도심 곳곳에 크고 작은 사원들이 정말 많다.




사원의 형태가 다 거기서 거기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각 사원마다 규모의 차이 말고는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 있다. 그래서 걷다 마주친 사원들을 대부분 한 번씩 들러 구경하는 편이다.

사원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태국 사람들에게 사원의 의미가 일상생활애 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사원 안에서 하지 말아야 할 에티켓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것은 태국 여행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대략 4시간을 걸었을까...

구글 지보를 보니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다고 나온다. 그래서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니 공원이 어디인지 대략 짐작이 갔다. 공원 입구는 여느 공원의 느낌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공원으로 들어가 천천히 한 바퀴를 걸어 보았다. 공원 내부엔 상당히 큰 연못도 있고 주변 곳곳에서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공원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빌딩들도 눈에 들어왔다. 도심 한 복판에 이 정도의 공원이라면 충분히 훌륭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공원 한 바퀴를 걸으니 몸이 좀 피곤해서 근처의 벤치에 누워 잠깐 눈을 감았다. 그늘 아래 벤치에 누워있으니 잠이 솔솔 어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꿀맛같았던 벤치에서의 낮잠


공원에서 마주친 그 녀석...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근처에서 사부작 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길래 눈을 뜨고 주변을 쳐다보다가 놀라서 심장이 멎을 뻔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 녀석을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매우 큰 소리로  쌍욕을 내뱉으면서 반사적으로 빛의 속도로 일어나 뛰쳐 달아났다.

그리고 뒤를 돌아 다시 바라보니 아니 악어 같은 놈 한 마리가 내가 누워있던 벤치 바로 3미터 정도 옆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얼마나 큰지 사진으로는 그 공포감이 전달이 안돼서 매우 안타깝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참을 멍하니 그놈을 바라봤다.  또 한 가지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내가 누워있던 벤치에서 6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아주머니와 어린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그 두 사람이 나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해맑게 웃고 있는  아닌가...

그들에겐 그 악어는 매일 보는 애완동물 같은 존재였고 그런 그 괴물 같은 녀석을 보고 기겁을 하며 달아나는 외국인의 모습이 그렇게 재미있었던 것이다.


한 놈이 아이 었다


아무튼 나는 그 악어 같은 놈이 너무나 괘씸하고 어떻게 사람들이 많은 이 평화로운 공원에서 기어 다닐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놀란 나머지 화가 가라앉지를 않았다.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정말 온몸에 소름과 닭살돋게 했던 그 xxx녀석...

그 녀석 영상을 찍는데 슬그머니 호수로 들어가길래 다시 호수 주변을 둘러보며 또 다른 놈이 있나 찾기 시작했다.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처음 본 그 녀석보다는 작지만 세 마리를 또 목격했다.



 작은놈은 그다지 무섭지가 않아서 가까이 다가가니 오히려 그놈이 도망을 간다. ㅎㅎ  그렇게 악어같이 생긴 녀석들 바라보며 1시간을 놀았다.


다시 보고 또 봐도 무서운 왕도마뱀...


이제 슬슬 다시 호텔로 돌아가려고 공원 입구 쪽으로 다시 걸어가던 중 안내판을 읽은 후 그제야 알게 됐다. 아까 그 녀석은 왕도마뱀이며 룸피니 공원 호수에서 살고 있는 녀석이었으며, 주의하라는 경고문이었다. 이걸 내가 왜 못 보고 그냥 지나쳤는지...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 그때를 생각해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그래도 오늘 일정에 아주 강력한 임팩트의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이 왕도마뱀 자식아.


호텔로 돌아가는 길...

발이 아프고 발가락도 아프고 몸도 지치고...

그런데 이상하게 생긴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태국의 어느 지하철역이었다...

BTS처럼 지상으로 다니는 전철과 지하로 다니는 MRT가 있는데 이것은 MRT였다! 그래서 이걸 타고 호텔까지 찾아가기로 했다.

저 멀리서 이 건물을 보고 도대체 무슨 건물일까 궁금했는데 지하철역 이었다니~


태국에서 BTS와 MRT만 잘 이용하면 태국의 웬만한 도심 곳곳은 다 다닐 수 있다. 방콕에서 택시 잘못 타다간 엄청난 교통정체에 눈 뒤집어지는 택시비를 청구당하게 될 수 있으니 웬만하면 위의 두 전철이나 뚝뚝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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