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아이는 260일을 맞이했다.
다들 100일만 넘어가면 그때부턴 시간이 정말 금방 간다더니 요즘 이 말을 매일매일 실감하고 있다. 초반엔 100일의 기적을 기다리며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렸는데 요즘엔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크는 게 아쉬워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평소에 사진이나 영상을 즐겨 찍지 않는 성격 때문에 아이 사진을 가끔 뒤져보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 요즘엔 의식적으로 아이의 모습을 더 담아두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언제 첫니가 났는지, 처음 걸음마를 걸었는지 등도 나중엔 잘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오늘 사진첩을 정리하면서 함께 정리하려고 한다. (벌써 기억이 가물해서 거의 쥐어짰다. 엄마가 게을러서 미안해.. 또륵)
2021. 1. 9.(110일) 생애 첫 비행(부산 할머니집 간 날) 쿨쿨 자며 무사히 잘 다녀왔다.
2. 15.(147일) 되집기 첫 성공!
2. 21.(153일) 서울 할머니, 할아버지와 평창 여행. 서울 근교를 벗어난 첫 번째 여행이었다.
2. 26.(158일) 첫 이유식 시작. 두근두근!
3. 2.(162일) 4개월 영유아 검진 68.4cm(98분위) / 7.8kg(85분위)
3. 25.(185일) 첫 배밀이. 지금은 거의 축지법 쓰는 수준...
3. 30.(190일) 첫니 나기 시작. 이때쯤 아이가 폭풍 이앓이를 하며 많이 울고 괴로워했다.
4. 5.(196일) 세가족 첫 정식 여행(제주도! 소리질러~~~~)
4. 7.(198일) 처음 바닷가에서 바다 소리 들으며 모래도 만져본 날
4. 9.(200일) 200일 축하해!!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200일 때 마침 제주도에 있어서 조촐하게 기념사진도 찍었다.
4. 11.(202일) 첫 응급실(ㅠㅠ) 아기띠에서 떨어져서 귀 안쪽에 피가 나는 바람에 처음으로 응급실에 갔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서 잘 마무리되었지만 처음으로 CT도 찍고.. 가슴이 철렁했던 날. 더 조심할게.
4. 22.(213일) 윗니 보이기 시작- 귀엽당
그리고 요맘때쯤 엄마마마 아빠빠빠 같은, 좀 더 진화된 옹알이를 시작했던 것 같다. 또 앉아서 오랫동안 앉을 수 있게 되었다.
4. 30.(221일) 두려움을 알게 된 듯. 평소 졸졸 쫓아다니던 청소기를 무서워하고 큰 비닐 소리에 놀라고 도망침. 아이가 노는 모습에서 조금씩 성격이 드러나곤 하는데, 아이는 확실히 조금 신중하고 겁이 있는 성격인 듯 하다.
5. 2.(223일) 유아세례! 축하해 :) 건강한 하나님의 자녀로 자라기를!
5. 8.(229일) 윗니옆니 뿅- 이가 한 번 나기 시작하니까 엄청 빨리 나고 있다. 양치질 잘해줘야지.
5. 13.(234일) 분리불안 보이기 시작. 친정에 오랫동안 잘 있었는데 내가 잠시 외출했을 때 울고불고 난리. 이렇게 발이 묶이는 것인가... 잠시 걱정했지만 다행히 남편도 주양육자로 인식하여 남편이 있으면 자유롭게 외출이 가능!
5. 24.(245일) 어린이집 첫 등원. 원래 좀 더 있다가 보낼 생각이었으나 복직 전에 일찍 자리가 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
그리고 요즘엔 잡고 서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열광 수준... 자다가도 잡고 서고, 기운을 다 빼지 않으면 쉽게 잠들지 못해 낮 시간에 몸으로 많이 놀아주려고 한다.
5. 31.(252일) 아랫니 옆니가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 7개!!
6. 8(260일) 현재 키 76cm, 9.5kg. 개월수 대비 큰 편이라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와 집착을 조금 놓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 며칠 전부터 이유식을 150ml씩 먹기 시작해서 역시.. 기다리면 되는 거였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조바심 내서 미안해 아가야!
이밖에도 아이와 놀다보면 소소하게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다. 특히 오랜만에 키를 쟀는데 석달동안 10cm가 넘게 큰 걸 보면서 정말 많이 컸다는 걸 느꼈다. 머리카락도 많이 자라고 이젠 잡고 서고 기어다니려고 애쓰고 있다. 또 여행도 몇 번 다녀왔고 무엇보다 어린이집에 첫 등원! 아이의 첫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그리고 특별히 낯을 많이 가리거나 잘 우는 편이 아니다. 대신 신중한 성격인지 새로운 사람을 보거나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주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탐색하고 둘러본다. 옹아일도 하지 않고 움직임도 많이 더뎌진다. 아이가 적응했는지 여부를 알려면 옹알이를 하는지, 배밀이를 많이 하고 다니는지를 보면 된다.
그림, 이미지를 정말 좋아한다. 그림책이나 어딘가에 붙어 있는 그림, 스티커, 매트에 그려진 그림 등 색깔이 있는 이미지를 좋아해서 한 번 바라볼 때 한참을 집중해서 바라본다. 집중력이 좋으니 나중에 공부를 잘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나를 보면서 나도 정말 별수 없는 엄마구나 싶을 때도 있지만(ㅎㅎ) 그것과는 크게 상관 없는 것 같고.. 아이는 일단 만져보고 접근하기보다는 조용히 오랫동안 바라보고 탐색하는 성격인 듯 하다.
이가 많이 나면서 구강기도 절정에 달해 침도 정말 많이 흘리고 있다. 차라리 이가 얼른 다 나서 아이가 좀 편해졌으면. 잡고 있던 물건을 가져가면 울기도 하고 본인이 원하지 않을 땐 손을 탁 치며 거절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아침에 아이 방 문을 열면 아이가 우리가 오는 소리를 듣고 침대 가드를 붙잡고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름을 부르면(아마 뉘앙스로 아는거겠지만) 본인을 부른다는 걸 알고 뒤도 돌아보고 간단한 숨바꼭질도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아직 명확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소통이 된다는 느낌이 들고 확실히 교감이 되고 있다. 우리가 웃으면 뭔지도 모르면서 따라 웃고 애교도 많이 늘어서 정말 힘들다가도 아이의 미소를 보면 절로 다시 힘을 내게 된다. 힘든 날도 있지만 1년 뒤, 5년 뒤, 10년 뒤가 기대되고 설레는 건 아이와 남편과 함께하기 때문이겠지?
벌써 신생아 때 어땠는지가 가물가물해져서 이렇게라도 아이의 성장에 대한 기록을 남겨놓으며, 가끔 아이의 아기 때를 기억하고 싶을 때 이 글을 열어보아야겠다. 아이에게도 이 시간들이 나중에 기억나진 않더라도 '마음'이라는 첫 토양으로 잘 스며들어 앞으로 살아가면서 쌓을 추억과 따스함, 모든 것들을 건강하게 싹틔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