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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yce Feb 23. 2023

2019년 2월 관광학과 졸업생

호텔에서 살아남기 프롤로그



이것은 코로나19 시대를 용케 잘 버틴 운 좋은 관광학과 졸업생의 기록이다.   





1. 입학하다.



때는 바야흐로 2015년, 나는 한 관광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원래 오랜 기간 교대 입시를 준비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할까? 고민하던 때에 주변의 소개로 ‘관광학과’라는 재미있는 선택지가 놓이게 되었다.


태생부터 INFJ인 나는 한번 여행 가기로 마음먹으면 그 여행의 A부터 Z까지 찾아보는 사람이다. 그 지역의 예술! 문화! 맛집! 을 빠짐없이 효율적으로 다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 10권을 빌리고, 엑셀을 켜 리스트업 하는 사람. 마음먹기가 다소 어렵지 한번 맘먹으면 나와 동행인 모두 만족하는 환상의 커리큘럼을 짜야하는 인간이었다. 동행인은 빡빡한 관광이 싫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진정한 계획형 인간은 쉬는 시간도 계산하기에 절묘한 일정으로 모셔드립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비전이나 라이프스타일을 그려보았을 때 가장 ‘실현가능’하면서 ‘취향에 맞는’ 일이 바로 ‘여행상품기획자’였다. 정말, 꽤 흥미가 있는 상태에서 관광학과에 지원하게 된 것이다.








2. 취업 혹은 미래를 준비하다.



관광학과의 교육 내용으로는 호텔경영, 항공관광, 문화관광, 관광개발 등이 있다. 국제적인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와 관광산업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관광산업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국내외 학술대회, 산학협력 등도 진행되며, 졸업 후에는 위에 적힌 대로 여행사, 항공사, 호텔, 리조트 등 다양한 경로로 취업할 수 있다.


관광업계는 보통 여행사 / 호텔 / 항공사 / MICE 업계로 나뉜다. 당시에 우리 학교에서 유명했던 회사와 취업준비 사례를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여행사: 모두투어, 하나투어, 노랑풍선 … → OP(여행상품기획자)

호텔: 롯데호텔, 파라다이스호텔, 신라호텔 … → 프론트

항공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 → 비행 승무원, 지상직 승무원

MICE: 코엑스, 벡스코, 인터컴, 리컨벤션 … → PCO(컨벤션기획자)


이 중에서 호텔/항공사 현장직 준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실 호텔과 항공사에도 엄연히 인하우스(영업, 마케팅, 예약실 등)이 있지만, 위 언급된 직무에 비해 학생들에게 노출도가 적고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된 거 같다. 교수님들부터 그랬으니까. 대개 고객을 대면하는 프론트나 비행 승무원으로 스터디를 진행하는 게 대다수였다.


단적인 예로, 학과 내에 전공선택을 고르는 기준으로써 지역관광(여행) / 환대산업 2개의 Path가 있었다. 한 학과(같은 학번) 인원이 70명이라고 하면, 오직 2명만이 지역관광을 선택하고 나머진 전부 환대산업 쪽 커리큘럼으로 갔었다. 물론 나는 지역관광 Path을 선택했다.


꼴랑 2%! 그게 바로 나예요...



2학년까지만 해도 나는 미래의 진로를 요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1순위 여행사 OP(여행상품기획)

여행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으로 고객과 대리점에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 상품의 관리자. 

지상 수배를 비롯하여 예약관리, 발권관리, 설명회, 정산 등 여행상품의 전 과정을 운영


2순위 컨벤션 PCO(컨벤션기획)

행사 진행을 위해 컨벤션 주최자로부터 진행업무의 일부 또는 전체를 위임받아

기획단계부터 행사의 마무리까지 맡아 진행하는 일을 하는 조직이나 개인


3순위 항공사 지상직

승객여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며 예약에서부터 탑승하기까지 모든 수속절차를 처리

크게 공항 여객서비스와 도심 사무실 업무로 나뉨



그런데 막상 여행사 동아리 및 대회 준비, 컨벤션 알바, 대한항공 예약/발권 자격취득 등의 

진로를 위한 일들을 하다 보니 내 희망과 내가 맞닥뜨리는 현실의 간극이 크다는 걸 점차 느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이게 맞나?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인생을 바칠 분야가 이쪽이 맞나? 


업무강도는 높은데 연봉테이블은 낮고 불안정한 분야에, 공부하면 할수록 준비하면 할수록 크리에이티브와는 거리가 있는 현실이라는 걸 점차 깨닫고 있었다. 하물며 나는 프론트, 스튜어트 등의 현장직은 원치 않았어서

부족한 채용공고 속에 내가 원하는 환경을 찾기란 참 쉽지 않았다.


당시 내가 가졌던 것(?)을 반추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애매한 영어(토익점수뿐)

엑셀 실력

교수님들 관광프로젝트 연구보조 경험

교내 동아리 프로젝트 (여행사)

교외 동아리 프로젝트 (기획)

Adobe 디자인 툴 능력



그중에 지역관광 계열 교수님이 연락 주셔서 참여했던 '관광프로젝트 연구보조'가 무척 재밌었다고 느껴졌다.

직접 참여하다 보니 어? 관광학을 연구하는 것도 흥미로운데? 싶었다. 연락 주신 교수님 포함, 내가 좋아했던 교수님들이 사회조사분석 or 관광 ICT 방면 연구를 하고 계셨는데 그쪽으로 나도 공부를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혹은 언어실력을 위해서라도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것도 좋은 선택 같았다.

나 같은 경우 3학년까지 쉬지 않고 학교를 다녔는데 동기들은 대부분 워홀/유학/알바 등 다양한 사유로 곧잘 휴학하곤 했었으니까. 만만하게 볼 건 아니지만 해보지 못할 일도 아니라서, 휴학해서 워킹홀리데이도 해보고, 관광학연구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음

물론 집안의 반대가 있기 전의 이야기다...



 





3. 칼졸업 및 호텔에 취업하다



위의 고민을 담아 부모님께 조심스레 휴학 얘기를 꺼냈다. 

다른 사람들은 부모님 설득을 위해 PPT를 만드는 판에 다소 쉽게 이야기를 꺼낸 거 같긴 하다ㅎㅎ

부모님은 내 말을 듣고는 펄쩍 뛰면서 칼졸업과 빠른 취업의 장점(aka 휴학의 단점)에 대해 설명하셨다.


아니 다들 휴학하는데…
그래 내가 입학이 늦긴 했지…
제 말씀 들어보세요…
아 지원을 끊으신다고요? 아…
(생략)



휴학을 가기에는 내가 나이를 먹었고(지금 보면 참 어렸는데!) 

석사를 가기에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라는 명목이었다. 

어떤 여러 과정을 겪던 나는 결국 설득에 넘어갔다...


취업할개...



알겠어. 어떻게든 관광업계에 취업해서 빨리 일을 해볼게.

관광업 인하우스 자리만 나면 무조건 지원을 하자 모드 ON


그리하여 잡코리아, 사람인을 열심히 살펴보고는 막 오픈하는 단계의 한 호텔에 지원하고

F&B지원팀 총무 & 마케터로 입사하게 된다.








4. 제가 맡게 된 업무는요



F&B는 Food and Beverage의 약자로 호텔 내의 식음료를 판매 및 서비스하는 업장이다.

호텔 브랜드 및 객실 위주로 홍보하는 마케팅팀이 따로 있으며, 호텔 내에 있는 식음업장에 대한 총무 겸 마케팅 활동을 별도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내가 낙찰된 거였음. 마케팅팀을 보조하면서 지역 내에 뷔페, 카페 자체가 유명해질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이번 기회에 호텔에 대해서도 익히고, 좋은 경험을 쌓아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오픈 시기 호텔이 겪는 미친 하루일과 속, F&B의 총무 업무도 하면서 식음업장 각각의 SNS를 관리하는 나날을 정신없이 보냈었다. 원래 총무 자체도 잡다한 업무가 많은데 마케팅 지원에 디자인까지 내 능력이 다하는 데까지 많이 노력했었다. 사수와 함께 늦은 밤 카페에서 짐 나르고 네임택 만들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엄청난 수준의 야근이었고 어디까지가 내 기본급이고 야근수당인지 분간이 안 되는 월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가끔 호텔 마케팅팀에 사진 촬영 지원을 나가기도 했다. 외주 사진작가가 따로 있지만 어떨 땐 마케팅팀에서 직접 촬영해야 할 때가 있는데, DSLR로 촬영하고 Raw 파일을 보정할 수 있는 게 나뿐이어서 종종 헬프로 나갔다.


열심히 한 덕분이었을까. 2달도 안되어서 마케팅팀으로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정말 얼떨떨하긴 했다. 다소 갑작스러웠던 데다 어차피 같은 사무실 안에서 부서 자리를 옮긴다는 게 뉴비 브리한테는 생경한 경험이었다. 사수언니(사랑해요)와 눈물의 이별을 하고, 조금은 어리둥절하고 기쁘게 호텔 마케팅팀에 입성하게 된다. 나름 포장된 도로에는 오른 줄 알았는데...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현재 저는 서비스 기획자로 직무를 변경하려 하는데

지난 약 4년간의 호텔 마케팅 업무를 되돌아보니 꽤 흥미로운 거 같아 경험을 공유합니다 :) 


호텔의 마케팅 업무가 어떤지 궁금한 대학생분들

숙박업체를 새로 론칭하여 홍보가 필요한 분들

호텔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한 타 분야 마케터분들

평소 호텔 객실상품을 예약해 본 모든 분들을 위해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엔데믹을 맞아 호텔업계가 겪은 일과 

그 안의 마케터가 헤쳐 나간 일들을 생생하게 담아볼게요.



'호텔에서 살아남기'
커밍쑨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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