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청년편
Z세대 언어의 민낯: 말하지 않는 강의실, 단절된 대화
"뉴노멀이 된 침묵의 강의실, 이상해 보이지만 이것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죠"
모두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진 느낌. 고개를 숙이고 각자의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마치 말이 필요 없는 세계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코로나 이후 나는 강의실에서 혼자 열심히 떠드는 교수자가 되었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이런 침묵을 견디기 어려워 학생들을 혼내기도 한다지만 결국 백기를 들고 맙니다.
Z세대의 침묵은 공부나 교수자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다르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름은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있지만 동시에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침묵하는 강의실에서 말은 어디로 갔을까
학생들 간의 질문, 수다, 잡담은 코로나 이후 거의 사라졌습니다. 한때 학생들이 서로 주고받던 잡담 같은 말은은 소음처럼 느껴졌지만 이제 그러한 잡담이라도 한 번 느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학생들에게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괜히 말 걸면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라고 대답합니다. Z세대는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말을 최소화하는 문화를 선택했습니다.
"교수님 말로 발표하는 건 너무 부담되고 힘들어요. 그냥 글로 써서 제출하면 안 될까요?"
"교수님 조별 활동보다는 개별 활동이 편해요. 그냥 교수님과만 말하고 싶어요."
학생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소통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합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교수자와 하는 소통입니다.
이모지와 약어 그리고 생략된 마음
카카오톡, DM, 댓글에서 주고받는 말의 공통점은 짧고 빠르며 감정이 없습니다. 'ㅋㅋ', 'ㅇㅋ', 'ㄱ ㅅ', 'ㅎㅇ' 등의 반복은 감정 대신 리듬과 의미 기능만 남깁니다. 속도 중심의 소통은 생각보다는 반사적인 리액션이 먼저 나오게 만듭니다. 결국 공감과 표현 능력은 약화되고 감정은 점점 삭제됩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공감'과 '감정'의 표현 능력은 인간 대 인간의 대면 접촉에서 비롯될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이고 육체적인 질감적 언어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눈을 맞추고 제스처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몸으로 체감하면서 만들어내는 질감적 언어, 즉 마음의 감각과 그로부터 연유하는 언어는 Z세대의 언어 속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Z세대의 언어는 왜 비어 있는가
Z세대 언어의 주요 특징은 약어 중독, 이모지 과잉, 반응 최소화, 언어의 리듬화입니다. 또한 익명성과 거리두기로 인해 말의 무게가 매우 가벼워졌습니다. 인간 대 인간의 대면 속에서 배우게 되는 맥락적 교감의 상실 속에서 언어는 깃털처럼 혹은 먼지처럼 가벼워지고 잠시 출현했다가 사라지고 마는 비어 있는 것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는 사고와 표현의 중요한 형식입니다. 말의 축소와 생략은 사고와 감정의 축소와 생략으로 이어집니다. 실생활에서의 소통력도 감소하고 연애, 우정, 직장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신체적 정신적 대면과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청년 세대의 언어는 백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의 삶에 있어 너무나 큰 취약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자기 표현력의 결핍과 생략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말이 줄어든 시대 관계는 더 멀어지고 있다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서로의 내면을 알 길이 없습니다. 생략과 축약의 최소한의 기능만을 위한 말들이 대량 유통되는 사회 속에서 언어의 본질이자 언어가 지닌 감정적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어는 진중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드는 유일한 수단이자 공감과 감정과 정서를 담아내는 마음 그릇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Z세대의 '밈 언어'와 유행어가 만들어내는 세대만의 코드와 소통방식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언어적 위기를 들여다 봅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