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말들: 언어로 보는 우리 시대

제1부: 청년편

by 셜리

"티엠아이(TMI)예요" 관계를 피하는 말투들


몇 년 전부터 강의실에서 자주 마주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세미나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조별 활동을 하라고 하면 학생들은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꺼냅니다. 그리고는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죠. 같은 공간,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도 말을 건네는 대신 채팅창에 글을 올립니다. 조용한 강의실 안에서 "딸깍" 소리만 들리는 이 장면은 낯설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세대의 단면입니다. 저는 이 풍경에서 요즘 청년 세대가 관계를 피하고 있다는 가장 뚜렷한 단서를 읽습니다.


말은 줄고 화면은 많아졌다


얼굴을 마주보고 있음에도 단톡방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은 단순한 편리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상대의 감정을 마주하지 않기 위한 방어 전략이자 직접적인 관계 맺기를 회피하려는 새로운 소통 습관입니다.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람' 자체를 피하게 됩니다.

관계의 첫 시작인 '눈맞춤'을 회피하고 그것을 대신해 자신의 스크린을 마주봅니다.


편리함 뒤에 숨은 침묵


저는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왜 직접 말을 하지 않고 단톡방으로만 대화하나요?" 돌아온 대답은 침묵이거나 '편해서요' 혹은 '익숙해서요'라는 짧은 말뿐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사회적 언어 학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불안을 느꼈습니다. 관계의 언어는 경험을 통해 길러지지만 지금은 그 경험 자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의 언어는 사회적 인간을 만든다


저는 언어와 의사소통의 현장에서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관계의 언어'가 곧 '사회적 언어'이며 이는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 성장해 나가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개인주의 혹은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관계를 회피하는 언어 습관은 결국 개인주의의 과잉과 사회화의 결핍을 불러옵니다. 우리는 말의 방식에서 이미 사회와의 거리를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말하지 않음이 말이 되는 시대, 다시 말의 의미를 묻다


관계의 언어는 결국 사회적 언어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맺는 언어적 관계는 결국 사회와 맺는 관계의 축소판입니다. 청년 세대가 사용하는 '직접적인 관계를 피하는 언어 습관'을 다시 살펴보고 우리가 어떤 말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성찰할 시점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대화가 아니라 더 '직접적인 대화'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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