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들의 문제

by 배상근

코로나 시기 이후에 우리나라 교수나 연구자 등 전문가들의 행동은 자신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식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사실을 바로 얘기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행동 방식을 그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의료 정책에서의 행동

코로나에서 초기 대구의 상황을 제외하면 위기라고 볼 만한 상황은 없었는데, 위기가 지나가니 임시방편인 3T를 이론화시켜 논문을 쓰고 정당화시키거나, 공포심에 기대어 중국을 막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타났다. 일부 학자들이 상식적인 지식을 얘기하였으나, 정부의 의사결정이 변하지 않고 정부 예산과 제약회사의 지원이 나타나기 시작하니, 공개적인 목소리는 얼마되지 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코로나와 같은 대규모 유행 상황이 오랜만이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공포심을 직접적으로 낮추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영양 및 위생 상태가 개선되고 의료기술 발전으로 질병 중증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낮아져 있어, 최근에는 이런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고, 대처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감염병에 대처한 경험이 있던 사람들도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생각대로 행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미크론 이후에나 자신들의 행동을 바꾸기 시작했다. 대규모 코로나 전파를 피할 수 없었고, 사람들이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이후에도 2년 이상 자신들의 정당화를 위해 논쟁을 벌인 것은 현실에 참여해서 문제를 다루어가는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번 의대정원을 둘러싼 논쟁이나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서도 행동방식은 비슷하다. 언론을 통해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부각시키고 정부 예산을 확보하고는 직접적으로 관련성은 낮지만 문제가 크게 복잡하지 않은 의대정원 문제로 논쟁을 만들었다. 의대정원 논쟁으로 의사 집단을 적으로 설정하면서 정부 예산으로 추진 동력을 얻으려 하였는데, 의대정원이 필수의료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니 현실과 동떨어진 논쟁만 나타나고 무조건적인 반대 외에 별다른 의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 예산이 준비되어 있으니, 여러 집단이 논쟁에 참여해서 극심한 반대는 나타나지만, 정작 기피분야나 지역의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수도권 병상 제한, 건강보험 재정이나 의사결정권한 분산과 같은 제도적 해결방법은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현재 주류 집단인 수도권 의과대학과 대형병원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역 대학에만 확대한 의대정원을 배정하니, 지역대학을 폄훼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코로나 시기에 정부 예산과 제약회사 지원이 문제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일들에 나타나니, 인구집단의 공포심이라는 현실 문제는 버려두고 모두 이권을 위해 행동하였듯이, 지금도 현실의 문제는 뒷전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정부 예산을 타내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정상적인 논의를 하고 행동이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책 과정의 문제

이런 현상은 정부 정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와 해결 방안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못하고, 추진 과정에서 논리적인 절차나 과정을 따르기보다 힘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에 인구집단의 공포심이 유행을 함께 경험하면서 낮아지는 것이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이후의 의료 정책에서도 수도권 병상 제한을 하거나, 동일한 재정이라도 진료권 내에서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어야 하지만, 중앙 정부에서 통제가 용이한 이론적인 전문과, 질병별 지식에 따른 자원 배분만을 이야기한다. 정책으로 다루는 현실 문제의 설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가 집단이 자신들의 이권을 철저하게 보호하려 하기 때문이다.

공공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는 기본적으로 정책의 목적과 결과에 대해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체계는 면허를 받은 전문가 체계로 움직이고 경쟁을 자원 배분에 의해 유도하기 어렵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공포심을 낮추거나, 필수의료나 지역의료에 대한 의료인들의 기피 현상이 사라지는 것이 더 우선일 수 있는데, 정책 추진과정에서 이러한 행동을 고려해서 자원 배분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안하면 얻는 게 없어야

지금처럼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당분간 예산 편성을 중지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리듯이 집단으로 아무것도 안하면서 정부 예산만 타내려 하면 필요한 행동이 나올 때까지 관련 예산 집행을 중지해야 한다. 의료는 면허로 진입이 제한된 분야이기는 하지만, 다른 분야도 전문 분야에는 외부에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데, 집단별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는 있으나, 이미 정립된 지식을 사실이라고 얘기하지 않는 전문가 집단에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지금처럼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정상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것도 방해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

일반적으로 국가 정책의 결과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아무리 내용을 잘 만들고 대규모 자원을 투자해도 눈에 보이는 성과는 있을 수 있어도 의도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은 이미 과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집단으로 수준이 떨어진 것을 보여주는 결과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단기간에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어떤 분야라도 경쟁이 나타나지 못하고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퇴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지금도 코로나와 유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보건이나 의료 분야는 질서를 잡는 것이 우선인 거 같고, 대규모 예산을 편성해서 정책을 시행할 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상황의 원흉인 코로나로 먹고사는 조직은 다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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